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포럼-추종연 주아르헨티나대사]한국 청년들의 도전을 기다리는 중남미
한국 청년들의 희망직업 1순위가 공무원이다. 9급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이 50:1이 넘는다. 절박함이 느껴진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하니 이상이나 꿈을 품는 것조차 어렵다. 우리 젊은이들이 무능한 게 아니다. 외국어나 자격증 등 소위 스펙을 잘 갖추고 있다. 문제는 고급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건상 경제성장률을 1970~80년대처럼 끌어올릴 수도 없다. 그러니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중남미 한국 이민자들은 상파울로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세계 3대 한인 의류상가로 불리는 봉헤찌로와 아베쟈네다 상가를 구축하였다. 특히 아르헨티나 한인들은 머리 좋다는 유대인들을 밀어내고 아베쟈네다 상가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이 20억달러를 상회한다. 전문직 진출도 증가추세다. 확실한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 선배들의 길을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대농(大農)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농업도 대안이다. 아르헨티나 최남단 도시 우수아이아에서는 문 패밀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고인이 된 문명근 씨는 남위 55도 동토의 땅에서 채소재배에 성공하여 대한민국의 명성을 드높였다. 지금은 며느리가 가업을 이어받아 신선한 채소와 꽃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3400헥타르 농토를 보유한 이창호 씨는 해외에서 가장 넓은 벼농사를 짓는 한국인이다. 연평균 1만여t의 벼를 생산하여 수출한다. 자랑스러운 의지의 한국인들이다.

중남미 사람들은 외국인 이민에 관대한 편이다. 스스로 이민자이거나 그 후손이다. 누구든 아르헨티나에 10만달러를 투자하면 연장 가능한 임시영주권을 받는다. 16만달러면 브라질 투자이민이 가능하며 과학기술 및 혁신 분야는 4만7000달러면 된다. 투자이민이 아니더라도 방법이 있다. 가족이나 친지가 초청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중남미 우리 이민자가 11만명이니 가족 당 1명만 초청해도 청년실업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보조금이라도 제공한다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외국어를 미리 배워 나간다는 생각은 바꾸는 게 좋다. 가서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필요에 의해서 현실과 부딪쳐야 살아있는 언어가 된다. 필자의 경험상 스페인어는 처음 시작해도 1년이면 소통가능하다. 스페인어는 중남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필수다. 미국이 멕시코에 이어 2위의 스페인어 사용국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남미에는 한국 프리미엄이 있다. 한국산 전자제품과 핸드폰, 승용차는 웰빙상품의 대명사다. 한국인의 근면성과 경제발전 역사는 칭송 대상이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고 축구에 열광하는 문화도 비슷하다. 중남미에서는 한국인들을 동양의 라티노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중남미 사람들은 소득수준이 우리보다 낮고 빈부격차도 크지만 우리처럼 경쟁적이지도, 절박하지도 않다. 자원도 많고 넓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청년들이 체득한 경쟁력과 인내심이면 중남미 어디에서든 생존가능하다. 이민 1세대들은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을 일구었다. 우리 피에는 왕성한 도전 DNA가 있다. 중남미는 한국 청년들의 도전을 기다린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