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변기 막힐까봐” 우려…전문가 “문제 없다”
-내년 전면확대…홍보강화ㆍ국민인식도 개선필요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지난 27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내 여자화장실. 오가는 시민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한 지하철 청소원이 쓰레기통과 집게를 들고 화장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청소원이 변기 칸막이를 돌며 집게로 주운 것은 다름 아닌 바닥에 버려진 휴지 쓰레기였다. 바닥엔 볼일 본 휴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종이컵 등 외부 쓰레기도 섞여 있었다. 일부 휴지 쓰레기는 바닥이 아닌 위생용품 수거함 위에 올려져 있기도 했다. 화장실의 휴지통이 사라진 이후 시민들은 변기가 아닌 바닥에 휴지를 버리는 것이다.
2시간마다 화장실 청소를 한다는 청소원은 “아무리 치워도 바닥에 휴지 쓰레기가 쌓여있다. 시민들이 사용한 휴지를 변기에 버리지 않고 바닥에 버린다”며 “남들이 볼일 본 휴지를 직접 집어서 치우는 게 고역”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남자화장실도 비슷한 실정”라며 혀를 내둘렀다.
화장실 위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휴지통을 없애고 있지만 정작 시민의식은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지하철 화장실 내부 모습.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
화장실의 위생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휴지통을 없애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시민의식은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은 지난 2015년 4월 화장실 악취를 줄이고 청결도를 높이기 위해 화장실 내 휴지통을 모두 철거했다. 대신 세면대 옆에 일반 휴지통을 비치하고 여성 화장실엔 위생용품 수거함을 설치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도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휴지통이 사라질 예정이다.
그러나 변기가 아닌 바닥에 휴지를 버리는 시민들 탓에 지하철 운영사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휴지를 변기에만 버리도록 계속 홍보를 해왔지만 아직 잘 안지켜진다”며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휴지통을 없앤 것인데 시민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모든 공중화장실의 휴지통이 사라질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성용 칸막이 안에는 휴지통을 두지 않되 여성용 에는 위생용품 수거함을 두도록 했다.
휴지로 인해 변기가 막힐 것을 우려하는 일부 시민들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전과 달리 변기 성능과 휴지의 질이 크게 개선돼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일부 시민들은 변기에 휴지를 넣으면 막힌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예전엔 휴지 질이 좋지 않아 변기가 막히곤 했는데 요즘은 변기 성능과 휴지 질이 개선되면서 특별히 막힘 현상이 없다”며 “변기가 막히는 것은 휴지가 아닌 다른 이물질을 넣었을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휴지통없는 화장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2년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가장 먼저 도입했던 송파구의 한 관계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처음 도입했을 땐 시민 협조가 잘 되지 않아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오랜 시간동안의 홍보를 통해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며 “시민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홍보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법 개정안 시행이 반년 채 남지 않았지만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대한 홍보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보와 계도에 앞장서야 하는 행정안전부는 이제 겨우 홍보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캠페인을 비롯한 홍보 및 시범 사업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라며 “늦어도 9월까지 구체적인 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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