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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도 마크롱도 내리는데…文정부만 법인세 역주행
“반기업 국가 낙인 찍힐라”…여당 내서도 반대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 대통령 자리에 오른 에마뉘엘 마크롱은 좌우 모두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 ‘노동 개혁’과 ‘법인세 인하’는 그의 높은 인기의 한 비결이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 추정치를 올리며 “경제 활력을 높이고 재정을 안정화하는 방향의 경제정책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리고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 생산제품 전시회를 열었다. “현재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내려라”라는 친 기업 성향 행보를 직접 집무실 앞마당에서 펼쳐보인 것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 만은 예외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과 국무회의 ‘대기업, 부자’ 증세 발언을 시작으로 기업 증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초 대기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초대기업’이라는 정치적 용어를 동원 ‘99대 1’의 편가르기 싸움으로 몰고가는 정치적 꼼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3·4면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법인세는 세계적으로 내리는 추세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35%에서 15%로 내렸고, 우리도 세계 평균 수준”이라며 “자꾸 법인세율을 끌어올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까지 추진하면서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는 법인세 인하 전쟁=미국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2조 달러가 넘는 세수 손실을 우려 반대하고 있지만,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뿐 아니다. 노르웨이와 프랑스, 그리고 세계 각국은 법인세 인하 경쟁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노르웨이는 25%인 법인세율을 2018까지 23%로 순차적으로 내린다. 프랑스도 33.3%의 법인세율을 중소기업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대기업까지 28%로 낮춘다. 심지어 4월에 당선한 마크롱 대통령은 25%로 추가 인하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법인세 인하 트랜드는 2008년과 2015년 세율을 비교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OECD가 발표한 세계 주요 각국 법인세 현황에 따르면 2008년 28%였던 영국의 법인세율은 20%까지 내려갔다. 필란드, 캐나다, 덴마크, 뉴질랜드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비슷한 산업, 경제 구조 아래 우리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도 인하가 대세다. 일본은 2008년 39.5%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32.1%까지 낮췄고 스페인, 헝가리 등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유럽 신흥 공업국가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법인세율을 인하했거나 유지한 국가는 28개국이었으며 인상한 나라는 그리스와 칠레 등 6개국에 불과했다.

▶역주행 시동건 韓, 기업은 화수분?=우리나라의 법인세율도 지금까지는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현행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기업에는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34%였던 1991년 노태우 정부 당시 최고 법인세율은 김영상 정부에서 28%로, 다시 김대중 정부에선 27%로, 심지어 현 정부의 모태격인 노무현 정부에선 25%까지 내려왔다. 지금의 법인세율은 이명박 정부 때 완성됐다.

이는 우리의 비교 대상인 OECD 평균과도 일치한다. OECD 평균 법인세율 평균은 2000년 30.2%에서 2008년 23.9%, 2016년 22.5%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법인세율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초대기업’이라는 대상을 새로 만들고, 정치권의 반 삼성, 반 대기업 정서를 자극했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5년간 31조5000원 증세의 신호탄이다. 이 과정에서 법인세,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증세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동떨어진 세율 인상 논의가 법인세와 기업을 ‘화수분’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움직임을 예로 들며 “주변 국가들이 모두 법인세를 인하하는데, 대한민국만 법인세를 인상하면 반기업 국가로 찍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높아진 법인세가 가져올 기업들을 쫓아내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법인세는 기업의 비용으로 결국 상품 가격으로 전가된다”며 “종국적인 부담은 소비자가 진다”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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