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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질 ‘최악’ 건선 환자, 산정특례로 숨통 트였다
-건선, 100% 완치 어려운 난치성 만성질환
-전염되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증상으로 일상생활 어려워
-생물학적 제제는 효과 높지만 비싼 치료비가 장벽
-산정 특례제도에 중증 건선질환 포함되면서 치료비 부담 줄어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50대 김모씨가 건선을 진단 받은 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7살 때였다. 지난 40여년동안 건선으로 인해 김씨가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연애, 취업 등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 건선 때문에 받은 불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피부 보습도 철저히 하고 몸에 좋은 생활습관으로 증상이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평생 이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한 기분은 감출 수 없다.

삶의 질 측면에서는 암 환자보다 더 열약하다는 건선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6월부터 건강보험 산정 특례제도에 중증 건선질환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건선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것에 건선 환자들과 의료진은 환영하고 있다.


사회생활 난항…정신적 스트레스 심각=인체 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전신성 염증질환인 건선은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속한다. 건선은 100%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 만성질환으로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건선은 전염이 되지 않는 질환임에도 피부 표면에 새하얀 비듬과 같은 각질(인설)이 생기는 눈에 보이는 증상 때문에 건선 환자가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김씨는 “피부에 보이는 증상 때문에 옮을 수 있다고 생각해 건선 환자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선 환자라면 누구나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 힘든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건선 환자의 삶의 질은 최악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상적인 행동에서 제약을 받다보니 정신건강까지 나빠진다. 지난 2016년 대한건선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선 환자 10명 중 8명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건선 환자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한국의 건선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15만명에 건선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매년 환자가 증가하면서 2016년 건선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6만8000명을 넘어섰다.

효과 높은 생물학적제제, 비싸서 못 썼지만…=이런 건선 치료를 위해서는 현재 국소치료, 광선치료, 면역억제제 치료, 생물학적제제 치료 등이 있다. 국소 치료는 스테로이드 연고 등을 건선 발생 부위에 바르는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뿐 근본적인 치료법이 되지 못한다. 면역억제제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지난 10년 전 나온 생물학적제제(바이오로직스)는 건선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김동현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난 10년 간 건선 치료에 있어 생물학적제제는 높은 치료 효과를 입증해 왔다”며 “다만 그 동안엔 비싼 치료비용 때문에 환자나 의료진 모두 치료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건강보험 산정특례에 중증 건선질환이 포함되면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면서 환자가 부담했던 치료비는 60%에서 10%로 대폭 낮아졌다. 다만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선 전신 경구치료와 광선치료를 각각 3개월씩 총 6개월을 받고도 치료 효과가 없을 경우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건보재정의 한계로 꼭 필요한 환자부터 보험에 적용시키기 위해 이런 기준이 정해진 것으로 안다”며 “중증 건선 환자의 경우 고혈압, 당뇨, 뇌졸중, 심장질환곽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건선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는 TNF-a 억제제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인터루킨 억제제 계열 약물도 나오고 있다. 건선만을 위해 개발된 약물로는 한국얀센의 인터루킨 제제 ’스텔라라‘가 있다.

배유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런 생물학적 제제들은 높은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비싼 치료비용 때문에 의료진이 환자에게 선뜻 추천하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며 “이번 산정특례로 일부이지만 치료비 부담이 줄어 앞으로 생물학적제제 사용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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