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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칫덩이 ‘일회용컵’]마시던 음료컵 아무 데나 휙~쏟아진 내용물에 악취 몸살
지하철역 주변 환경미화원
남은 음료 분리작업에 ‘진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의 승강장. 7년차 지하철 청소원 현모(57) 씨가 한 손에는 5ℓ짜리 물통,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를 담는 수레를 끌며 승강장을 돌아다녔다. 현 씨는 승강장 내에 있는 쓰레기통을 찾아다니며 허리를 굽혀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일일히 분리했다. 현장에서 하는 분리수거만이 쓰레기 부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여러 종류의 쓰레기 가운데 많이 차지한 것은 일회용 커피컵이었다. 대부분 커피, 주스 등 먹다 남은 채 버려진 것으로 신문지, 과자봉지 등 마른 쓰레기와 함께 뒤섞여 있었다. 현 씨는 물통에 먹다 남은 음료를 부어 액체와 일회용컵을 분리했는데 쓰레기 악취에 연신 얼굴을 찌푸렸다.

쓰레기통에서 꺼낸 일회용컵 3개만 우선 분리했는데도 물통의 밑바닥이 어느새 찼다. 물통엔 생크림으로 보이는 흰색 이물질도 둥둥 떠 있었다. 승강장에 있는 쓰레기통 9개를 모두 비우는 동안 현 씨는 물통은 3번이나 비웠다.

찜통더위 속에 테이크아웃 음료를 찾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여기저기서 일회용컵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7일 지하철 청소원 현모(57) 씨가 일회용컵 쓰레기를 일일히 분리하는 모습.

현 씨는 “날씨가 덥다 보니 일회용 커피컵 쓰레기가 가장 많다”며 “쓰레기봉투 그대로 가져가면 액체도 흐르고 부피도 많이 차지해서 일일히 분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쓰레기통 안에 고이 놓아둔 일회용컵은 나은 편”이라며 “음료가 남아있는데도 막 던져진 커피컵이 많아 분리수거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찜통더위 속에 테이크아웃 음료를 찾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여기저기서 일회용컵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다 마시지 않은 일회용 음료잔 이 대부분이어서 청소원들의 노동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더하다. 지하철 청소원들은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일회용컵 쓰레기가 가장 많다고 하소연한다.

현 씨는 “다른 계절에 비해 일회용컵 쓰레기가 4~5배 많아졌다”며 “보통 2시간마다 승강장 내 쓰레기통을 비우는데, 요즘 아침저녁 시간대는 1시간마다 쓰레기통을 비워도 쓰레기통이 금세 찬다”며 혀를 내둘렀다.

넘쳐나는 음료 쓰레기 때문에 지하철 청소원들은 쓰레기통 바닥에 늘 신문지를 깔아둔다. 막 던져진 일회용컵의 음료가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현 씨가 승객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그는 “음료를 마시다 남길 수 있다. 그건 이해할 수 있다”면서 “음료를 남겨도 좋으니 제발 그 일회용 음료컵을 쓰레기통에 막 던지지만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현정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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