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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 수리온 안전성, 총체적 부실…감사원 “방사청, 체계결빙 해소않고 전력화”
-감사원 “수리온, 기체ㆍ엔진ㆍ체계결빙ㆍ감항인증 부적정”
-“육군, 수리온 엔진결함에도 비공식 협의체만 운영”
-“방사청, 결빙현상 기준 미달 불구하고 전략화…검찰 수사요청”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개발비 및 원가 조적 혐의로 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KAI가 제작한 수리온(한국형기동헬기ㆍKUH)의 안전성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6일 ‘한국형 기동헬기 비행 안전성 등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지난해 체계결빙 및 국방규격 부적정을 이유로 중단됐던 수리온의 납품을 특별한 후속조치없이 재개시켰다고 했다. 아울러 기체 및 엔진 결함, 결빙현상 등 안전문제가 발견됐음에도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방사청, 체계결빙 성능 미실시…국민혈세로 207억 원 개선비용 부담가능성= 앞서 수리온은 체계결빙성능시험에서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해 ‘국방규격’ 등에 부적정하다는 판정을 받고 남품이 중단됐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방사청이 2018년 6월까지 후속조치를 하겠다는 KAI의 계획을 보고받고 구체적 후속조치 없이 납품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장명진 방사청장이 이같은 내부방침을 승인하고, 전력화 재개를 위한 논리를 개발해 관계기관의 동의를 유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수리온의 전력화를 진행하기 위해 국방규격 변경을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체계결빙은 안전과 관련된 기술사항으로, 특별사유없이 규격을 변경할 수 없는 ‘치명규격완화(안전관련사항)’이다. 하지만 방사청은 체계결빙 성능과 관련된 ‘국방규격’ 적용기간을 유예해달라는 KAI의 요청을 받고, 이를 ‘기술변경사항’(일반사항)으로 처리했다. 방사청 관련자는 감사원에 “전력화 재개를 위한 명분과 논리를 만들기 위해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협의해 기술변경으로 처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기품원 관련자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체계결빙 규격 적용이 부당하게 유예돼 해당 기간 지체상금(약 4571억 원)을 부과할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개선비용(약 207억 원)도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등 국가재정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육군, 엔진결함에도 비공식 협의체만 운영=KAI와 엔진납품업체인 H사, 육군군수사령부와 육군항공학교 등이 수리온의 엔진결함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에 태만한 정황도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육군항공학교는 지난 2015년 1월과 2월, 수리온이 비상착륙하는 사건이 발생해 KAI 등에 기술지원을 요청했으나, 제조사들은 2015년 12월 수리온 추락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육군사령부도 무기의 중대결함이 확인될 경우 설치해야 할 ‘중앙합동기술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채 실무자 중심으로 구성된 ‘비공식 협의체’만 운영하는 데 그쳤다. 비공식협의체는 제작사에 후속조치를 강제할 수단을 갖추지 못해 추락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엔진 결함에 대한 대응조치를 추진할 수 없었다.

수리온에 탑재된 엔진(701K)은 기존 엔진을 일부 개량해 새로 개발한 엔진이었기 때문에, 공기조절 및 연료조절 등을 전자적 방식으로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통합디지털엔진제어기(FADEC)다. 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ADD)는 701K 엔진과 FADEC 반응을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엔진의 컴퓨터 모사실험 자료를 근거로 엔진 안전성을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리온 엔진개발 규격서’의 472개 항목 중 330개 항목도 기존 엔진과 같은 것으로 간주했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발생한 수리온 추락사고의 원인이 이와 같은 규격검증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KAI, 이륙시험 없이 지상정지 상태서 기체 안전성 검사…ADD ‘안전 판단’= 육군과 ADD는 수리온의 메인 프로펠러(메인로터 블레이드)와 기체가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특히 KAI에서 로터 블레이드와 기체 간극을 이륙시험 없이 지상정지 상태에서 확인했음에도 불구, 별다른 조치없이 안전 판정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지난 2014년 8월 수리온 16호기가 활주이륙 도중, 메인로터 블레이드와 기체에 설치된 전선절단기의 충돌로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육군은 원인분석 및 후속조치를 약속했지만, 설계변경 등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은채 ‘사용자 교범’만 수정하고 종결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수리온의 윈드실드(전방유리)가 헬기에 적용된 사례가 없는 ‘솔리디온’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 ADD와 KAI가 안전성 검증에 소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수리온 윈드실드의 파손 사례는 총 5건에 달한다.

▶비용ㆍ일정 이유로 감흥인증기준 완화= 감사원은 방사청이 고의적으로 수리온의 감흥(안전비행)인증 기준을 완화했다고도 지적했다. 방사청은 당초 수리온의 민수용 전환을 위해 미국 연방항공청의 감흥인증 기준인 ‘FAR 29’(회전익항공기에 대한 기술기준)를 기반으로 한 ‘수리온 감항인증기준’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FAR 29를 충족하려면 일정과 비용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방사청이 일부 항목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기준을 완화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항인증에서 제외된 항목은 현재 수리온의 기술적 결함으로 꼽히고 있는 체계결빙, 엔진 형식 등에 대한 인증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수리온에 장착된 위성 및 관성항법장치 등 71개 장비에 낙뢰보호기능이 제공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ADD가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21개 전자장비에는 낙뢰보호기능이 있다는 이유로 감항인증 기준 충족 판정을 내렸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에 따라 육군참모총장에 수리온 엔진결함 후속조치에 태만한 육군항공학교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육군군수사령관에게도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으며, 방사청에는 철저한 검증없이 수리온의 전력화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에 대한 징계(강등)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21일 검찰에 장 방사청장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할 것을 요청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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