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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영화로 세상을 바꾼다기 보다 의미있는 작품 하고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송강호(50)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에서 평범한 택시 기사 김만섭을 맡았다. 그의 21번째 영화다.

극중 그는 홀로 11살 딸을 키운다.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서울로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가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하게 된다. 송강호는 시대의 아픔을 담은 이 영화를 처음에는 고사하다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선택할 때 고민이 있었던 것은 정치적인 부담감과는 다른 문제다. “‘공동경비구역 JSA’ ‘변호인’ 등 제 필모(그라피)를 보면 정치적으로 작품을 선택한 것 같지는 않다. 제가 이 얘기를 많은 분들에게 책임감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했다. ‘변호인’도 그 분이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면서 누를 끼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광주도 얼마나 아픈 비극의 현장인데, 이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이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전달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송강호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 스토리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변호인’때처럼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준비가 안 된 두려움이 더 커지면서도 놔버릴 수 없는 스토리의 매력은 점점 커져갔다. 시간을 달라고 한 지 불과 2일만에 역할을 수락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아픔을 타자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송강호가 맡은 김만섭은 서울의 택시기사이고, 광주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힌츠페터도 서양의 기자다. 둘의 공통점은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다. 택시비를 받으려면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하고, 힌츠패터는 기자로서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려야 한다는 도리다. 그렇게 해서 광주 참상을 타자의 시선으로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낸다. 송강호는 현대사의 아픈 부분을 비극적으로만 그릴 게 아니라,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하지만 단순히 광주의 아픔을 되새기려는 영화는 아니다. 37년이 지난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정치 사회적으로 얘기하는 게 좀 더 성숙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썼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80년에 광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라는 도발적인 느낌 보다는 이런 악조건하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은 평범한 대학생과 일상적인 삶을 사는 택시기사 등을 통해 거창한 이념이나 구호, 관념을 떠나 상식과 기본을 가진 사람이면 어떻게 아픔을 극복했을까? 어떻떨게 살아야 하는가를 볼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외부에 알려지는 데에는 힌츠패터 기자 뿐만 아니라 이런 일반인들의 도움이 컸다. 한국의 정치사를 어떤 사람이 만들어왔는지를 체험하면, 그 아픈 기억도 어떤 사람들이 어떤 비중으로 극복해왔는지를 느끼는 게 이 영화의 참된 가치라고 생각한다.”

송강호가 분한 김만섭은 하루하루 살기 바쁜 소시민이다. 운전할 때에 데모대와 이를 막는 전투경찰을 만나면 짜증부터 낸다. 일당을 제대로 벌 수 없기 때문이다. 데모하는 대학생을 보면 “이 놈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라고 말한다. 그러던 김만섭이 광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다 갑자기 ‘유턴’한다. 송강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했다.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을텐데, 그 순간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냥 가면 가족과 행복, 안락한 삶이 눈앞에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유턴한다는 것은 이 영화의 중요한 정신이다. 마음이 흔들렸다가보다는, 또 민주화에 대한 열망보다는, 사람의 도리다. 내가 태운 손님을 데리고 와야 한다는 택시기사로서의 도리와 무고한 광주 시민 학생에게 저렇게 할 수 있냐는 마음까지 합쳐져 생각을 바꿨다.”

송강호는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1980년 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는 “라디오 뉴스에서 폭도들이 진압됐다고 하는 걸 들었다. 보도가 왜곡되고 통제되던 시대였다”면서 “그래서 그 곳을 더 들어가보고 싶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밀정’ ‘변호인’ ‘관상’ 등 유난히 시대물을 많이 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생각 때문일까?

“시대물을 선택할 때,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차기작은 역시 실화에 바탕을 둔 ‘마약왕’인데. 하하하. 영화가 많은 삶을 표현하고 얘기하지만,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을 선택하지만, 그래도 나름 의미있는 작품을 하고싶다.”

송강호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배우다. 어떤 상황에서 유머를 구사해도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소통력이 매우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무리 행복해도 우울한 감성을 가질 수 있고, 절망속에서도 희망이 있다. 사람 감성은 비극(또는 희극)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감정속에서 유머가 처절한 삶의 감정이 아닐까? 유머를 통해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남편과 아들, 딸의 아빠로서 송강호는 어떤 사람일까?

“집을 떠나있는 시간이 많아 가정적이지는 못하다. 내가 외모는 이래도 아들에게는 친구처럼 대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아빠가 그렇듯이 딸바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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