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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민정수석실 문건 미스터리…조대환 수석 ‘선비정신’으로 풀리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문재인 정부가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정부의 민정수석실 문건을 다량 발견했다고 밝힘에 따라 과연 해당 문건이 왜 거기 있었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청와대에 와 보니 박근혜 정부의 문건은 깨끗이 사라진 상태였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 참모진에 전 정부가 남긴 문서는 A4 용지 10장 분량의 업무보고 1건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 국정농단 비선실세 혐의를 입증할 청와대 내부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셈이었다.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사진제공=연합뉴스]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내부 문건을 다량 삭제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그외 남아 있는 기록물 대부분을 비공개로 분류해 다음 정부가 수사할 빌미마저 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청와대 내부 문건 대부분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록물은 최장 15년간 비공개 자료가 됐다.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됐다.

청와대는 특검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도 모두 거부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한 수사가 사실상 무산됐고, 청와대 문건을 통한 수사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민정수석실 문건 발견 사건은 극적 반전이라 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가 14일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약 300종의 민정수석실 문건을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며 증거자료들과 함께 발표했다. 해당 문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는 박근혜 정부 내부 문건이다.

해당 문서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 국민연금 의결권 조사 및 지침, 문화예술계 ‘건전화’를 통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보수권의 국정 우군 활용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관련 핵심 내용이 다수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극우여론 조성 등의 정황을 입증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및 국정농단 관련 사건 재판에서 핵심 피의자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왜 민정수석실에서 이런 문건들이 대량으로 발견된 것일까.

일단,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정부의 내부 입단속과 문서 단속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기말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사분란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는 가정 하의 해석이다.

그밖에 당시 청와대에 근무 중이던 담당자가 문서 폐기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이를 어겼을 가능성이 있다. 권력 이양 과도기에서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당시 정권에 부역하기보다 새 정권에 도움이 되고자 의도적으로 핵심 문건을 남겨놨다는 가설이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10월부터 12월 탄핵, 3월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5월 대선까지 정국은 격랑 속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혼돈기에 가장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2015년 1월26일~2016년 10월30일 재임했고, 그 후임으로 10월31일 검사출신 최재경 변호사가 임명됐다. 그러나 최 신임 민정수석은 임명 40여일 만인 12월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날 사퇴했다.

최 수석 후임 사퇴 직후 임명된 조대환 민정수석은 결국 박근혜 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으로 남았다.

이에 따라 이번 민정수석실 문건 대량 발견은 박 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인 조대환 변호사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 청송 출신인 조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청와대에서 고향까지 약 800리(약 330㎞)길을 도보로 낙향한 사실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5월11일 서울을 출발해 충주 수안보를 거쳐 5월20일 문경을 지났고, 청송에는 24일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오갔던 문경새재 등 옛길을 주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고, 하루 20∼30여㎞씩 걸었다고 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퇴직 한 달 전쯤부터 생각해 실행에 옮겼다. 산티아고 순례길 등 외국보다 선비 정신이 깃든 우리 길을 가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옛 선비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그간의 생활과 공직 경험을 정리하고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을 겸해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 중 ‘퇴직 한 달 전쯤’은 4월 초순으로, 3월 말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직후다. 법조인 출신인 그가 헌재 판결에 대해 느낀 바가 많았을 시점이다.

또한 이 무렵 ‘옛 선비’들처럼 고향까지 걸어갈 계획을 세웠다는 발언 또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올곧은 ‘선비정신’에 대해 생각했다는 얘기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조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8년에는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활약하기도 했다.

청송 부남에서 태어나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대구지검 부장검사를 지냈고 박 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시절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유족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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