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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끼에 넥타이까지…운전 불편”
서울 택시기사 유니폼 찬반논란

“복장을 통일하고 택시기사의 정체성을 살리는 건 좋은 일이죠. 그런데 넥타이를 하고 하루에 12시간씩 운전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마냥 반길 수만도 없어요”

서울에서 법인 택시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모(55) 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지정 근무복에 관한 안내를 받았다. 나 씨는 오는 9월부터 지정된 근무복을 입고 운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입게 될 근무복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미 회사에서 지정된 복장을 입고 운행을 하고 있지만, 넥타이는 직원들이 여름철에 너무 불편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착용하지 않았었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 수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오는 9월부터 서울 시내 법인택시 기사들은 지정된 근무복을 의무적으로 입게 된다. 복장 자율화가 이뤄진 지난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택시 기사들의 복장이 불량하다는 내용의 민원이 여러 차례 접수되면서 노사 합의를 거쳐 지난 4월 최종 협의를 끝냈다. 그러나 당사자인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의 기사들이 가장 문제 삼는 점은 근무복 의무화가 법인 택시기사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복장이 자유로운 개인택시는 그대로 두고 복장불량을 이유로 법인택시 기사들만 복장을 강제하는 것은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항변했다.

현재 서울 시내 개인택시 기사는 약 5만명이다. 법인택시 기사(3만5000여명)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택시기사 김광현(48) 씨는 “법인택시 기사들만 의무화시키면 그간 복장불량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인식도 주고 제도의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시행에 앞서 온라인 정책투표 사이트인 ‘엠보팅’을 통해 법인 택시 기사들이 입게 될 근무복 디자인을 공모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일부 택시기사들은 “근무에 오히려 불편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시는 회사 측에 선택권을 주고 자율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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