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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어린이집 급식에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 사용”… 학부모 ‘부글부글’
-“멀건 된장국ㆍ부실한 반찬에 아이들 구토”…전직 보육교사 증언
-어린이집 원장 “사실무근, 경찰조사 의뢰”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서울의 한 어린이집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로 아이들의 급식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한 포털사이트 지역별 맘카페인 "성동구중구엄마들 모임"(성중맘)에 따르면 성동구 옥수동의 한 민간 어린이집이 예고된 식단과 전혀 다른 부실한 점심을 아이들에게 제공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학부모로 추정되는 맘카페 회원은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정수기가 없어 정수되지 않은 물에 아무 건더기 없이 된장만 푼 국을 만들고 냉동김과 함께 아이들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간식도 사과 하나를 조각내서 어린이 18명을 먹이거나 오래된 떡과 모닝빵을 먹였다”고 덧붙였다. 회원은 “추측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담 당시엔 원장이 유기농 식자재만 사용한다고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해당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제공된 급식

실제로 게시글에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건더기 하나 없는 된장국, 쌀밥, 소량의 반찬 한 두가지 뿐이었다. 간식은 작게 조각낸 사과나 빵 뿐이었고, 요리를 한 것을 보이는 후라이팬도 사용한 지 오래된 듯 녹이 슬고 코팅이 벗겨져 있었다.

이 회원은 또 어린이집 원장이 특별활동비가 면제되는 1세반 아이들에게도 특별활동비를 청구해 개인통장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해당 어린이집에 근무했다는 전직 보육교사 A 씨도 부실 급식 의혹을 시인했다.

해당 어린이집에서 1인당 간식으로 제공된 과일

A 씨는 “요리를 맡은 원장이 위생 개념이 전혀 없어서 유통기한이 훌쩍 지난 재료로 급식을 제공하기 일쑤였다”며 “일부 아이들은 점심을 먹기 거부하거나 토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원장은 점심으로 주로 맹물에 양파 조금을 넣고 된장을 푼 국, 계란 반찬, 김을 주고, 간식으로는 빵 하나를 5~6명에게 나눠주는 일도 잦았다"며 "아이들 건강이 걱정돼 학부모들에게 개인 간식을 따로 넉넉히 준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며 죄책감을 드러냈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뒤늦게 부실 급식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자녀를 한동안 해당 어린이집에 보냈다는 학부모 B 씨는 “이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며 “더욱이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아 하는 아이를 등 떠밀어 보낸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어 잠을 못 잤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이렇게 부실하게 운영되는 어린이집이 여전히 운영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어린이집에서 조리시 사용된 후라이팬

부실 급식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 2월 말 학부모들은 성동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구청 측은 학부모들이 구청을 직접 찾아간 두달 후에야 늑장 지도 점검에 나섰다.

구청 관계자는 “점검을 나간 날엔 급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그 밖에 제기된 의혹 관련해서도 어린이집 측에 관련 서류를 낼 것을 요구했지만 워낙 부실해 보강 서류를 받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구청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은 과거 시설 운영과 관련해 수차례 불법 행위가 적발돼 시정조치와 과태료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부실 급식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일체 부인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특정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사진을 조작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며 “해당 게시글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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