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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배트 휘둘러도 아이들 장난?”…학폭 ‘무개념’ 숭의초
-정부 발간 학폭 매뉴얼, ‘아이들간 장난도 학폭사안’ 명기
-교사들 “피해ㆍ가해학생 간 무조건적 중재 관행은 잘못”
-숭의초, 서울청 감사결과 정면 반박…관련자 중징계 불투명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아이들끼리 장난이라 학교폭력 사안이 아니라고 봤다고요?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학교폭력 사안을 대하는 학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서네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숭의초등학교가 재벌 손자와 연예인 자녀 등이 연루된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ㆍ은폐한 정황이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 12일 본지 기자와 만난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55ㆍ여) 씨는 학교측의 대응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이처럼 이야기했다. 정부가 펴낸 학교폭력 매뉴얼에도 아이들끼리의 장난이 학교폭력 사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명기하고 있고, 이 같은 사실이 이미 교사들 사이에선 기본처럼 받아들여진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김 씨는 “교육적 측면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맞지만, 학교폭력을 공식적 절차인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 대신 담임교사가 나서 무조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중재하는 식으로 넘어가던 관행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민종 서울특별시교육청 감사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안 특별감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의 특별감사로 인해 밝혀진 숭의초 학교폭력 은폐ㆍ축소에 대한 학교측의 대응을 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단 한 차례도 학폭위를 개최한 적이 없다보니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구성과 운영에 중대한 문제점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전직 공립 초등학교 교장인 박모(63) 씨는 “공립과 사립 사이에 절차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학교폭력이 발생한 뒤 이에 대처하는 기본 메뉴얼에서 만큼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폭력에 대해 인식하고 있던 담임교사의 상급자 보고가 늦춰진 점에 대한 문제인식을 발견하기 힘들고, 뒤늦게 구성된 학폭위를 자체 규정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술하게 운영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문제”라고 비판했다.

숭의초 자치위원회 규정에는 학부모위원 4명, 교원 2명, 학교전담경찰관(SPO) 1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숭의초는 규정에 없는 교사 1명을 교원위원으로 임명하고 SPO를 제외했다.

특히, 재벌회장 손자의 어머니가 생활지도부장 교사에게 자녀가 쓴 진술서를 보여 달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자 관련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전송한 일도 있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학교폭력 상황을 진술한 자료의 외부 유출을 금지하고 있다.

숭의초는 피해학생 어머니가 대기업 회장 손자를 가해학생으로 지목했음에도 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누락시켰고, 담임교사는 발생 직후 학교폭력을 인지했음에도 상급자에게 지연 보고했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곧장 분리하지 않는 등의 문제 역시 발견됐다고 서울교육청이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숭의초는 학생들의 최초 진술서 6장도 생활지도교사와 담임교사의 부주의로 분실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사건은 4월에 벌어져 현 시점에서 아이들 진술이 엇갈리는데, 가장 중요한 최초 진술서마저 사라져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밝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특정감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안 특별감사 결과발표를 마치고 학교폭력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야구 방망이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맞는 처분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되는 것이 사실이다.

숭의초가 사립인 만큼 서울교육청이 교장, 교감, 생활지도교사에 대한 해임과 담임교사에 대한 정직 등 중징계를 재단인 숭의학원 측에 요청하는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립학교인 숭의초는 60일 이내에 처분 결과를 교육청에 알려야 한다.

하지만, 숭의초는 곧장 발표한 ‘입장자료’를 통해 “교육청은 폭행에 가담한 적 없다는 당사자와 목격자의 주장은 무시했다. 학교가 특정 학생을 감싸고 사안은 은폐했다는 의혹만 나열하고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며 “객관적인 진실 규명의 노력이 없이 특정 언론사의 보도내용을 기정사실화해 그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리는데 급급했다”고 반발했다. 또 “피해학생 측이 5월 30일에야 (대기업 회장 손자를) 가해자로 지목했다”는 기존 주장도 고수했다.

한편, 서울교육청은 최초 진술서 분실 및 진술서 유출 사안은 교사, 교감, 생활지도교사, 담임교사 등 4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한 상황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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