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유쾌하게 다가온‘마술피리’…동심마저 홀린‘클래식’
-오페라 ‘마술피리’ 특별기획공연 성황
가곡·민요·종교음악 어우러진 갈라콘서트
지휘자가 직접 대본 쓰고 공연해설도 진행
-선물·타블릿·스크린 등 극중 요소 풍성
관객절반이 아이들…지루함없이 100분 훌쩍
멀게 느껴졌던 클래식 세계, 한발짝 곁으로


“노래가 끝날 때마다 힘차게 박수를 쳐 준다면, 공주를 구하고 난 후 여러분들에게 마술피리를 선물로 드리겠어요.”

김봉미 헤럴드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의 이 한마디에 객석에 앉은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광명시가 지난 8일 2017년 세 번째 특별기획공연으로 올린 작품은 오페라 ‘마술피리’. 광명시민회관 550석을 가득 메운 눈동자들이 순식간에 공연에 몰입했다.

광명시가 지난 8일 2017년 세 번째 특별기획공연으로 올린 작품은 오페라 ‘마술피리’.극중 배우들이 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때맞춰 사랑꾼 파파게노를 연기한 바리톤 김종표가 익살스러운 새 분장을 한 채로 무대 뒤에서 등장했다. 능청스럽게 풀피리를 불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파파게노. 한참을 아이들과 장난치던 파파게노가 마침내 무대에 오르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나는야 새 잡는 사람’을 완벽하게 부르고 나니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대와의 거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

객석의 절반 이상을 채운 아이들이 인터미션 없는 100분 동안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트롬본과 호른을 필두로 한 금관악기들이 연이어 맑고 묵직한 소리를 뿜어내고, 바이올린을 위시한 현악기의 높고 현란한 연주가 적절하게 울리는 타악기의 진동과 만나 객석의 집중도는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유작으로 알려진 ‘마술피리’는 악한 자라스트로에게 붙잡힌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떠난 타미노 왕자와 그와 함께 모험에 나선 하인 파파게노가 침묵, 인내, 굳센 의지로 불과 물의 시련을 이겨내고 각자의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랑스 혁명과 동시대에 태어난 이 오페라는 논란이 되는 그 혁명적 주제는 차치하고도 밤의 여왕의 그 유명한 노래 ‘지옥의 복수심 내 맘속에 끓고’ 덕분에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해진 오페라다. 가장 화려하고 기교 섞인 고난이도의 고음을 구사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를 조수미가 연주해낸 공연 영상은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김성혜가 밤의 여왕 역을 맡았고 역시나 객석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이 모습 너무 아름다워’라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타미노 왕자 역할은 김병오가 맡아 열연했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장치였을까. 납치된 공주 사진을 태블릿으로 보여줘 웃음을 자아낸 타미노 왕자에게 객석의 아이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공주님 저쪽으로 갔어요!” 

한 소녀가 무대 위에서 리코더를 선물로 받고 있다.

소박한 가곡, 익살스러운 민요, 진중한 종교음악까지 고루 섞인 ‘마술피리’의 이번 공연은 갈라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작은 체구에도 포디움(podium, 지휘대)에만 서면 순식간에 돌변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김봉미 지휘자가 지접 대본을 썼고, 공연 안에서는 해설자 역할을 겸하며 객석과 호흡하는 밤의 여왕 시녀를 맡아 공연의 시종을 책임졌다. 오페라 한 곡을 감상하고 전문가의 해설을 듣는 형식에서 한 단계 진화한 버전인 셈.

여기에 밤의 여왕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사용된 명암 대비를 강조한 극단적인 조명, 스크린에 친절하게 등장하는 노래 가사 번역자막과 배경사진이 공연 몰입을 도왔다. 다만 소리가 퍼져나가지 못하고 공연장 공간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음향시설이 조금 아쉬웠을 뿐.

클래식 공연 중에서도 특히 오페라라고 하면 특정한 사람들만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아직 존재한다. 광명시민회관에서 열린 ‘헤럴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오페라 마술피리’는 그런 편견의 담을 조금은 허물고 클래식 대중화에 긍정적인 첫 발을 내딛은 사례라고 평가할만하다. 아이들도 무대와 친밀하고 유쾌하게 소통했기 때문이다.

아, 잊고 있던 마술피리는? 두 소녀가 리코더를 선물로 받았다. 무서운 길에서 우리를 인도해주는 마술피리가 두 소녀 그리고 우리를 클래식의 세계로 인도해주길. 

윤상민 기자 cinemonde@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