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자원화 위해 1년 전부터 논의 시작 -음식 추려냈으나 중국인 관광객에만 특화 -사드 보복 예상 못한 탓…서울시도 난감 -시 “중국인 관광객 오면 발표ㆍ홍보 나설 것” -전문가 “관광시장 쉽게 재단한 결과” 지적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을 대표할 음식 발표가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 여파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서울대표 음식’을 추려 관광 자원화에 나선다고 공공연히 홍보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업 자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관련, 중국의 보복을 직격으로 맞은 탓이다.
당초 좁은 시야로 중국인 관광객 입맛에만 과도히 맞추려다 불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주의 비빔밥, 춘천의 닭갈비와 같이 서울 역사가 담긴 음식을 발굴하고자 지난해 6월부터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실제로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2015년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목적은 ‘쇼핑’이 79.7%로 가장 많았으나 ‘식도락 관광’도 57.5%로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는 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8월까지 4차례 ‘서울대표 음식 선정 자문회의’를 열고 후보군을 김밥, 냉면, 반상, 설렁탕으로 압축하기도 했다.
전문성을 갖추고자 당시 자문위원도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등 학계ㆍ요리ㆍ관광ㆍ음식문헌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했다. ▷관광객이 좋아하는 관광자원으로의 음식 ▷서울의 정체성과 문화, 전통을 담고 있는 음식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서민 중심 음식 등 선정기준도 세웠다.
문제는 관광자원화가 주요 목적이라지만, 서울대표 음식을 뽑는 데 중국인 관광객만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점이다.
당시 자문회의에는 중국 대사관 관계자도 위원으로 참석했다. 선정 이후 해외 홍보 계획도 중국 대형 포털사이트에 등록 등 중국을 겨냥한 방안만 집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본격화된 지난해 말께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자 서울대표 음식 관련 논의도 소리소문 없이 ‘무기한 연장’에 들어가야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한 사태”라며 “이에 따라 음식 선정부터 발표, 홍보 등 모든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몰려올 것이라 보고 있다”며 “그때 사업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광시장을 쉽게 재단한 서울시의 판단이 낳은 산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타겟층을 골라 인위적으로 서울대표 음식을 만드려고 한 데 따른 결과”라며 “돌발 상황이 생겨도 시장이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집중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