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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파업과 급식중단ㆍ이언주 발언, 열흘사이 달라진건 ‘여론 뿐’
-급식 관련 무기계약직 총 파업 당시 비등했던 찬반여론
-이 의원 발언 파문 이후 ‘비난’에만 초점...무상급식의 한계와 현실은 사라져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D(40)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급식실 아주머니들이 힘든 것은 이해가 되지만 파업의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생들을 볼모로 한 파업이 아닌 다른 협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30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원들의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됐을 때 한 일간지가 소개한 학부모의 반응이다.

새 정부 집권 직후 ‘대선 빚 받아내기’ 차원에서 민주노총과 산하 단체들의 한시 파업과 출퇴근길 광화문 인근 도로 점거가 있었고,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총파업도 이 중 하나로 이뤄졌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 과정에서 전국 2000여개 초중등학교 학생 수십만명이 단축수업을 하거나 빵과 우유로 식사를 때워야 했다.

총파업에 대한 여론은 당시 찬반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임금 격차 해소라는 대의명문에 찬성하는 목소리, 또 어린 학생들의 식사를 볼모로 잡은 정치 파업 참여에 대한 비판이 비등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민노총 등과 함께 문 후보를 높은 비율로 지지했던 30대 여성 학부모 유권자 층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정년 보장은 물론 국가 재정에 위협이 되고 있는 별도의 연금까지 퇴직 후 받을 수 있는 ‘공무원’ 일자리 무임승차 논란까지 더해지며 당시 소위 인터넷 여론은 나름 뜨겁게 찬반론이 오갔다.

당시 이런 뜨거운 찬반 입장은 또 다른 기사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고 모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저도 아들과 딸을 둔 두 자녀 엄마이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 “아이들 밥을 굶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마음 아프고 속상하다”고 복잡한 속내를 표현했다.

그는 이런 미안함에도 파업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서 “무기계약직이다 보니까 정규직 조리사와 비정규직 조리사 간에 보이지 않는 차별, 무시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자존감도 떨어진다”며 “또 처우에서도 임금이 50% 정도 차이가 난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래서 이런 상황까지 만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한 일부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도 “저희들은 정규직처럼 공무원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교사를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다”며 “지금 정규직에 한 50% 수준의 임금을 받는데, 한 80% 수준의 임금은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 및 동일 대우라는 파업 명분은 명분이고, 실질 목적은 인력 증원 및 수당 인상이라는 점을 강조, 학부모들과 일부 공시생들의 비판적 시각에 항변한 것이다.

2~3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파업과 학교급식 중단 사태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약 열흘이 지난 11일, 파업 현장과 제법 거리가 떨어진 여의도 국회는 때 아닌 ‘급식 파업’으로 시끄러웠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의 파업 비판 관련 발언이 한 방송사에 의해 녹취, 방송된 것이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공인인 국회의원이 방송에 내보내기에 부적합한 거친 단어로 파업 당사자들을 비판한 것에, 지금 여권에서 갈라져나온 국민의당이 여당 및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점이 더해지며 비난의 목소리가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파업과 이틀간의 급식 중단 당시 비등했던 찬반 여론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당사자들, 또 비판 여론을 향해 허리를 굽혀 사과한 이 의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여당에서는 이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징계 회부하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공인, 헌법기관이기에 문제 발언과 보도까지 과정에서 문제점은 개인적인 억울함으로 지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교급식원들의 적정 급여 인상 및 처우개선 폭, 나아가 100% 정규직화 시 생길 수 있는 급식 질 저하 같은 논란은 빠졌다. 자칫 ’제2의 무상급식 논란‘이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다시 총파업 당시 한 일간지의 기사로 돌아간다. 이 기사는 “2012년부터 매년 파업을 해 오고 있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현재 2만원인 근속수당을 5만원으로 올려 줄 것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리사 급식원 등을 포함한 학교회계직은 약 38만명으로 2010년 무상급식 도입과 교사 업무 경감을 이유로 보조 교사들을 무분별하게 채용하며 그 수가 크게 늘었다”고 이번 총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 기사에서 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사를 제외한 서울 학교회계직의 근속수당을 2만원에서 5만원으로 늘리면 올해에만 당장 700억원이 필요하다”며 “비정규직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역시 이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자체와 정부, 시도교육청이 나름 각출해 마련하는 무상급식 또는 저소득층 중심 급식 지원 예산에 통상 70%는 식재료비로, 나머지 30%는 인건비로 사용된다. 한 쪽이 늘어나면 다른 한 쪽, 즉 식재료비는 줄거나, 인상폭이 물가상승폭도 따라가기 힘들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일부 시도의 경우 지자체의 재원 한계로 수 년동안 급식 예산이 동결됐고, 이 와중에 부실 급식, 쓰레기 급식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이 일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반성하고, 좀 더 정진하겠다”며 “학부모로서 학교 급식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식재료비가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유념해야 한다. 계속해서 그 문제를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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