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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바지 추경전쟁] 정쟁의 도구된 추경…2008년이후 ‘최장 늑장 심사’ 가능성
우리경제의 최대 현안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정치권 기싸움의 희생물로 전락하면서 추경안 국회 심사기간이 이명박(MB) 정부 출범 직후 광우병 파동을 겪었던 지난 2008년 이후 최장 기간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달 7일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개월도 안된 때였으며, 새 경제팀이 들어서기도 전이었다. 이번 추경안은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유일호 전 부총리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김동연 부총리는 추경안 국회 제출 이후인 지난달 9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그만큼 우리경제, 특히 일자리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협치’를 내세웠던 국회는 여러 차례 추경안 심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번번이 약속을 뒤집으며 추경을 정쟁(政爭)의 도구로 전락시켜버렸다.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 심사에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국회는 7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엔 장관의 임명 동의와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과 관련한 논란의 제물이 되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정부가 송영무(국방부)ㆍ조대엽(고용노동부) 두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추경 심사를 비롯한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고, 그동안 추경에 협조적이었던 국민의당도 의혹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여당 대표의 발언을 빌미로 추경안 심사를 거부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추경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직권상정하더라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심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추경안이 7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8일까지 국회 문턱을 넘어설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국회의 모습은 2개월 전 협치에 한목소리를 냈던 것과 크게 다른 것이다. 이전에도 국회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추경안에 대해선 정치 쟁점과 분리해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했다. 추경이 서민경제 활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지난 10년 동안의 추경안 처리기간을 보면 MB정부 출범 직후 광우병 파동으로 정국이 요동쳤던 2008년(국회 처리기간 89일)의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짧게는 18일(2015년 메르스 추경)에서 길게는 37일(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피해 지원 추경)이 걸렸다. 2013년 세입결손 보전과 민생안정을 위한 추경안은 19일만에 처리했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추경안은 30일만에 처리했다.

이번 11조2000억원 일자리 추경안의 경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지 10일로 34일째를 맞았다. 국회가 오는 18일 처리한다 하더라도 42일이 걸리는 셈으로, 2008년 이후 9년만의 최장 심사기록을 세우게 된다.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될 경우 늦장심사 기록을 넘어 추경 효과 감퇴와 국정에 큰 혼란을 주게 된다. 국회가 더이상 추경의 발목을 잡지 않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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