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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EU EPA 원칙적 합의…日 “G20 앞두고 자유무역 메시지”
-“세계경제 30% 차지하는 대 경제권 탄생”
-무관세 품목 95% 이상…한국 자동차 업계 영향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성격의 경제연대협정(EPA) 원칙에 합의했다. 연내 최종 합의를 목표로 우선 서명하기로 했다. 양측이 서둘러 협정을 타결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에서 협의 후 “장관급 간에 큰 틀 합의 달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말스트롬 집행위원도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EPA에 대한) 정치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사진=AFP연합]

양측은 6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ㆍ일본 정상회담에서 EP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이로써 양측 협상은 지난 2013년 시작한 이래 4년여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이번 협정은 EU가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일본과 유럽 간 관세가 사라지는 품목이 전체의 95%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와 무역의 30%를 차지하는 대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닛케이 등은 의미를 부여했다.

양측은 오는 7~8일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EPA 타결하기로 하고 협상에 속도를 내왔다. 아직 몇 가지 쟁점에서 의견이 갈리나, 양측은 우선 원칙적 합의를 바탕으로 서명하기로 했다. EU 고위 관계자는 “최종 합의는 수 개월 걸린다”며 이견 있는 쟁점을 연내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EPA 협상 타결을 서두른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및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기시다 일 외무상은 이날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EU와 큰 틀 합의로 (미국의) 보호주의적 움직임에 적극적이고 큰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며 “일ㆍEU가 세계에 모범을 보여줄 만한 내용이라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EU의 합의 내용은 정상회담 이후에 공개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EU의 일본 자동차 수입 관세(10%)는 협정 발효 후 7년에 걸쳐 폐지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일본산 가전제품에 대한 최대 14% 관세는 즉시 철폐된다. TV만 5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일본 낙농산업 타격을 우려해 첨예했던 유럽산 치즈의 일본 수입 관세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유럽산 와인에 대한 관세(1병당 약 93엔)는 즉시 사라질 전망이다. 유럽산 돼지고기와 파스타, 목재 등의 관세도 삭감 또는 철폐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유럽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자동차 업계 등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지방선거 참패로 수세에 몰린 아베 신조 총리에게 EPA 협정 타결은 정치적 입지를 세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5일 G20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일본과 유럽 EPA는 아베노믹스의 중요한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일본과 EPA 체결이 장기적으로 EU 경제는 0.8%, 일본 경제는 0.3% 성장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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