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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학생·학부모가 우선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난 3일 오후, 문득 생각이 들어 10년이 다 된 취재 수첩을 꺼내 봤다, 당시 필자는 사건ㆍ대학과 교육 분야를 담당했다.

수첩을 보니 당시에는 수능등급제가 학생과 학부모의 화두였다. 수능등급제란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수험생의 성적을 영역별로 9등급으로 나눠 점수가 아닌 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2008학년도 수능 성적표에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 표기가 사라지고 등급만 표기됐다.

취지는 좋았다. 당시 참여정부는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고심 끝에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수능등급제는 ‘로또 등급제’가 되고 말았다. 심한 경우 가령 한 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가 80점이라면 80점을 받든 100점을 하든 똑같이 1등급, 동점으로 처리됐다. 반대로 또 다른 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이 99점이라면 2점짜리 문제 하나만 틀려 98점이 돼도 한 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2008학년도 수능 때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보는 수리 영역 가형이 쉽게 출제돼 1등급을 받으려면 사실상 만점을 받아야만 했다. 실수 하나로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주요 대학은 변별력이 사실상 없다는 평을 들었던 수능의 실질 반영률을 줄이고, 대신 논술의 반영 비율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논술 문제가 어려워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뒤 수능등급제는 시행 1년 만에 백지화되고, 성적표에는 다시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적시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능등급제로 맞춰 공부해야 했던 많은 수험생은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지금 중학교 3학년 수험생과 학부모의 화두는 수능 절대평가다. 현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다. 김 후보자, 아니 김 부총리도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정책이다. 하지만 변별력 문제는 김 부총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선교(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ㆍ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2017학년도 수능 결과에 절대평가 방식(90점 이상=1등급)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은 약 4704명일 것으로 추산됐다. 대학들도 공공연히 수능 절대평가 도입 시 정시 모집 전형에서 향후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다행히 김 부총리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청문회에서 수능 개편 시 폭 넓게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애초 이달로 예정됐던 수능 개편안 확정 시기는 가을 이후로 밀렸다.

수능 평가 체제가 절대평가로 변경되든,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 후보자와 교 육당국이 학생, 학부모의 관점으로, 그들을 먼저 생각해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입 정책은 학생, 학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발휘한다면 과거 같은 혼란이 없고, 앞으로도 길게 가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제언해 본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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