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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정상 회담으로 본 ‘예측불허’ 트럼프 스타일] ‘Free’ 한단어에 발목…공동성명 발표 7시간동안 속앓이
- 보호무역 옹호 트럼프 ‘free’단어 빼라 지시…한국 흔쾌히 수용
- 사적공간 공개 파격예우…美여론용 “FTA재협상”돌발 발언
- 명분보다 철저히 실리·돈…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거론

‘괴짜 사업가 출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교무대에서 가장 큰 산을 무사히 넘었다. 문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대부분을 함께 해야 할” 동반자다. 숨 가빴던 3박5일의 ‘진짜’ 성과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스타일’을 체득했다는 데에 있다.

▶억만장자 사업가의 밀당…‘free’한단어 때문에 공동성명 7시간 지연=지난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이 끝난 뒤 무려 7시간이 지나서야 한미 양국의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은 ‘free(자유로운)’라는 단어 하나 때문으로 알려졌다.공동성명 문구는 한미 간에 합의가 끝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free’라는 표현을 뺄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Free and Fair Trade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문구에서 ‘free’ 한 단어를 빼줄 수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2·3·4면

‘자유무역 지지자는 반미주의자’라고 얘기하는 등 평소 보호무역정책을 주창해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공동성명에 ‘free trade(자유무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는 게 마뜩잖았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결국 정 실장이 정리에 나서면서 청와대 측도 본문에서 ‘free’ 단어를 흔쾌히 빼기로 하는 등 상황이 수습돼 마침내 공동성명이 발표될 수 있었다. 공동성명의 여섯 항목 중 세번째 항목인 ‘Advancing Fair Trade to Promote Economic Growth’(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공정한 무역)에 원래는 ‘free’라는 표현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환대도 잇속도 트럼프의 변칙외교=3박5일 순방 일정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표현 중 하나가 ‘예정에 없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보다 돌발을 즐겼다.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만찬 행사를 마치고서 돌연 문 대통령 내외를 사적공간인 트리티룸으로 초대했다. 링컨 대통령의 침실을 보여주며 문 대통령에게 “직접 앉아보라”고 권유까지 했다. 예정에도 유례에도 없던 파격 대우로, 청와대 역시 적잖게 놀랐단 후문이다.

공동언론 발표에선 ‘돌발발언’으로 또한번 우리 정부를 당혹케 했다. 공동성명은 물론, 정상회담 내에서도 논의된 바 없는 한미FTA 재협상을 시사하며 마치 양국의 합의가 된 것인양 공개 발언했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자동차, 철강 등의 무역 불균형과 관련, 한국 정부 측의 ‘팩트 대응’에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지지층을 대상으로 ‘여론용’ 공개 발언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백악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성격상 정상회담에서 나오지 않은 얘기를 (언론발표에서) 할 수도 있다’고 알려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공동언론 발표 내용을 듣고도 청와대 측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필요하다면 정상외교까지 변칙 활용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명분 대신 실리, 결국 ‘돈’=양국이 공식 합의한 공동성명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하게 실리를 챙기려 했다는 평가다. 대국이란 국격은 오히려 후순위로 비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현안인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아예 논의에서 배제시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지난 6월 극비 방미해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자택에서 5시간여의 마라톤 협상을 통해 사드 문제를 사전에 매듭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 때 맥매스터 보좌관을 만나 “이번에 아주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따로 격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사드엔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 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을 공개 거론했고, 한미FTA 재협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아예 자동차나 철강 등 특정 분야를 콕 찝었다. 모두 ‘돈’으로 귀결된다. 양국 정상회담 과정이나 공동성명 등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절차나 명분은 괘념치 않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자국 내에서도 ‘외교결례’란 평가가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히 실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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