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韓美회담 성적표…대북정책 ‘최대 성과’ㆍ한미FTA 압박 ‘남은 과제’
[미국 워싱턴D.C=김상수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교전의 큰 산을 넘었다. 첫 순방지로 택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북한과 대화 문이 열려 있다”, “남북 대화 재개하려는 열망을 지지한다”는 표현 등을 양 정상 공동성명에 담아냈다는 건 상당한 외교 성과로 꼽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정상회담 내에선 논의되지 않았던 화두를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공개 발언에서 꺼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발 스타일’이자, 국내 정치용 카드로 이를 꺼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측에선 여론 반전을 꾀할 카드로 ‘한미FTA 재협상’을 공론화한 만큼 향후 한미 외교에서 이에 대비하는 게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대북정책 운신 폭 넓혀…최대 성과 = 문재인 정부는 이번 방미를 대비하며 양 정상 간 첫 상견례, 한미동맹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양 정상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나는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보단 우애를 다지는 차원에서 방미 길에 올랐다. 그럼에도 양국 공동성명 발표를 추진하며 대북정책에서 미국 측의 공감대까지 이끌어내는 데에 문 대통령은 물론, 실무진까지 심혈을 기울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공동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이 같은 결과물이 담겼다. 문구를 보면 평소 문 대통령이 밝혀 온 대북정책에 기초한 내용이 곳곳에 녹아 있다. 웜비어 사망 사건 이후 미국 내 강경한 대북 여론과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밝혀 온 강경한 대북정책 등을 감안하면, 대북정책에서 미국이상당부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공동성명은 “양 정상이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란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대북대화’가 양국 공동성명 내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양 정상은 “한미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합의했다. 북한 체제와 정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란 문구도 포함됐다. 이 역시 크게 진전된 성과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사실상 대북정책의 ‘키 플레이어’로 중국을 꼽았다. 북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에 메시지를 내는 데에 주력했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이끌어내면서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한층 운신 폭을 넓힐 계기를 마련했다.

▶한미FTA 재협상, 韓 “없었다”vs 美 “한다” = 이날 한미정상회담의 또다른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언론 발표에서 ‘작심하듯’ 양국 무역불균형을 공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체결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늘었다. 훌륭한 협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선 “한미FTA가 미국엔 거친 협정이었다. 그건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예상을 빗나간 돌발 변수였다. 전날 양국 정상 간 만찬이나 이날 정상회담 과정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무역 불균형과 함께 자동차, 철강 등 특정 분야의 무역 문제를 거론했고, 이에 한국 측은 구체적인 수치 등을 제시하며 ‘팩트 대응’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미FTA가 이익 균형이 맞는 협정이라 밝히며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향후 양국이 함께 검토해보길 제안했고, 이 선에서 양국 간 논의는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한미FTA 재협상과 관련된 논의나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과정을 함께 한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공식언론 발표에서 마치 한미FTA 재협상에 합의가 된 듯 발표한 데에 우리 정부도 상당히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국이 공식 합의한 공동성명에도 ‘재협상은 물론 ‘한미FTA’란 문구 자체가 없으며, 다만 “양국 간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키기로 공약했다”는 수준에서만 명시돼 있다. 미국 측의 압박을 감안하면, 공동성명에서 이 같은 수위에서 합의한 건 우리 정부로선 ‘선방’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발언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연이어 주장한 건 국내 정치용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서부 벨트 백인 근로자층이 주 지지기반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산업 등에 특히 민감하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로 국내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사실관계를 떠나 여론 전환용으로 한미FTA 재협상을 강하게 주장해야만 하는 처지다.

때문에 실제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미FTA 재협상과 무역 불균형 등을 두고 명확한 팩트나 강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결국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자, 그 대신 공개발언 등을 통해 자국민을 상대로 여론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한미FTA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공식 논의 대상에서 한발 비켜났지만, 향후 언제든 미 행정부가 공론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증명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임기 대부분을 함께 보내야 할 문재인 정부에 떨어진 숙제다.

dlcw@heraldcorp.com



[사진 = 연합뉴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