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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정상회담서 재확인한 트럼프의 ‘뒤통수 외교’
-계속되는 트럼프의 ‘뒤통수 외교’…예견된 ‘FTA재협상’ 발언
-캐나다ㆍ일본ㆍ카타르 정상들 모두 당해
-‘플라자협정’ 연상케 하는 트럼프의 횡포…‘코리아배싱’의 서글픔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미동맹은 굳건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위태롭기만 하다. 동맹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계속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공동발표를 통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거친 협정이었다. 그건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에서 공개한 한미 정상 공동선언문에는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있지 않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간 합의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공동발표장에 얘기한 것이다. 이는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는 행위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중 양 정상간 합의를 공식적으로 정리한 ‘한중 공동성명’에 담지 못한 대북 강경입장을 멋대로 공동기자회견에서 쏟아내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백악관 블레어하우스에서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공동성명이 기자들에게 배포된 가운데 (두 정상이)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며 “저는 공동성명 내용을 알아 거기에 맞춰 이야기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언론발표'는 양국 정상이 회담의 성과에 대한 소감을 각각 밝히는 언론행사이다. 일반적으로 양국 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을 때 공동 언론발표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백악관의 결재 지연으로 공동 언론발표가 먼저 나가고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희망을 담아 한미 FTA 재협상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공동성명 결재를 최종적으로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되지 않은 의제를 합의된 것마냥 밝히는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뒤통수 외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을 당시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를 직접 방문해 미일동맹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4일 만에 TPP 탈퇴의사를 밝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 중동국의 카타르 단교를 지지해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세력과 전쟁을 수행하는 정보 요충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지난 6개월 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정상회담 스타일을 보면 북핵문제의 당사국인 중국, 일본, 한국 등에는 다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경제정책에 있어서만큼은 ‘마이웨이’를 고집해왔다. 이 때문에 아베 내각은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향후 10년 간 미국 내에서 4500억 달러(515조 2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할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도 향후 5년 간 미국에 128억 달러(14조 6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공동성명에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밝힌 데에는 국내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자 성희롱 논란과 러시아스캔들 파문으로 악화된 자국민 여론을 의식, 경제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식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나선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은 양측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계속 반대하면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최대 동맹조직이었던 유럽연합(EU)가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를 대체할 방어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나선 상황에서 미국도 막무가내로 TPP 탈퇴에 이어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신은 일제히 트럼프를 비난하고 나섰다. LA타임스는 “트럼프의 발언은 문 대통령이 대내적으로 창피를 당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북한에 보다 강경노선을 취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한 반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방송인 CNBC와전문블로그 매체 복스(VOX)는 ‘트럼프가 방금 문 대통령 앞에서 굴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對)한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지만, 그의 발언들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국은 미국의 도움이, 미국은 한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성명에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과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하지만 트럼프의 외교적 결례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군사동맹체계는 독일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와해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5월 뮌헨에서 한 연설에서 “동맹에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어느 정도 끝나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유럽연합(EU)의 정상들은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를 대체할 수 있는 독자적 군사방어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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