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문재연의 외교탐구] 文의 대북외교 해설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예측불가능한 트럼프와 대북정책 불확실한 문재인이 만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을 이같이 평가했다. 실제로 외신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양원 지도부도 문 대통령의 대북대화론을 놓고 질문공세를 했다.

▶ 왜 우리는 ‘대화’로 북핵ㆍ미사일를 해결해야 할까?= 실제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 첫 번째 질문이 ‘왜 북한과 대화해야 하는가’이다. 당장 미국 재무부는 중국 단둥(丹東)은행을 북한과 거래하는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다.

당장 압박이 필요한 시점인데 문 대통령은 왜 대화를 강조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일단 거시적인 시각에서 북핵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북핵문제를 제로섬(zero sum)게임이라고 바라보면 결국 남은 선택지는 ‘전쟁’이나 ‘현장유지’(status quo)다. 2차대전 이후 마련된 유엔헌장은 전쟁을 금지하고 ‘국가를 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패배’(debellatio)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이나 수뇌부 제거작전이 이뤄지면 국제사회는 이를 유엔헌장 위법으로 판단해 북한의 자위권을 포함한 동맹국의 무력행사를 허용할 수 있다.

미국이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켰지만, 이는 중국과 같은 강대국이 개입되지 않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북한의 경우,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쉽게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수 없다.

때문에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과적으로 ‘대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느냐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는 방법론이 시기와 유형을 놓고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文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외치는 이유=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엔모순이 많아보인다.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며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가능성을 희망하면서도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는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 현무-2C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북한은 30일 문 대통령의 현무-2C 참관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사실 군사역량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한 수단 중 하나다. 당장 북한은 한국을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독자적이고 실질적 군사적 역량을 갖추면 북한도 한국과의 대화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방어적 억지력뿐만 아니라 북한이 한국에 공격을 가할 시 엄중하게 보복하고 제압할 수 있는 공격적 억지력도 필요한 게 현실이다. 선제공격형 방위시스템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킬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체계가 중요한 이유이며, 문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외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전시작전 통제권(전작권)을 환수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자주국방’ 외치던 文대통령 이번엔 ‘한미동맹’ 강조?= 자주국방을 외치더니 이번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또, 미 의회 지도부 의원들에 한미동맹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사드를 둘러싼 우려를 달래는 데 집중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자주외교’를 강조하면서 사드배치를 철회하지 않는 행태를 비판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서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한 변수다. 문 대통령이 미국과의 ‘혈맹’을 강조하는 이유다.

북핵 문제를 제로섬으로 바라볼 순 없지만 북한이 우리에게 가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에는 제로섬 게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남북 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더라도 핵 개발ㆍ미사일 도발에는 엄중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우리가 아무리 ‘자주국방’을 위해 예산을 확대하고 투자를 하더라도 군사강대국을 둘러싼 환경에서 강력한 국방을 갖추기 힘들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동맹국의 협력’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우리나라 안보의 필수조건이다. 동방정책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헬무트 콜 서독일 총리도 소련이 동유럽에 설치한 중거리 핵미사일(INF)에 미국의 핵미사일 퍼싱2와 크루즈미사일 토호마크를 들였다. 당시 서독 내 반미시위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콜 총리는 되레 시위대를 비판했다. 이후 독일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지원 속에서 통일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위협이 클 때는 강대국에 의존하고 약할 때 비로소 대화에 나서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을 향한 첫 걸음이다. 문 대통령이 역대 정부 중 최단기간으로 한미 정상회담에 나선 것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결국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첫 발걸음을 떼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북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계획대로 강력한 국방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대북대화’가 이뤄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제 그 방법론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 그리고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