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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스토랑에서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열린책들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는 건 쉐프들의 꿈이다. 지난해엔 세계 100여개에 불과하다는 3스타에 한식레스토랑 라연, 가온이 뽑혀 화제가 됐다. 별 3개란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러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말한다.

맛을 즐기는 미식의 탄생은 레스토랑의 역사와 함께 한다. 1760년 무렵 초기 레스토랑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이들은 궁정의 연희와 달리 친구, 연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사적 취향을 즐겼다. 손님들의 세분화된 욕구에 맞춘 레스토랑은 입소문을 탔다. 미식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안이 환희 들여다 보이는 창을 통해 밝고 화려한 곳에서 식사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곳에서 식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독일 출신의 문화사회학자 크리스토프 리바트는 ‘레스토랑에서’(열린책들)를 통해 맛, 음식 문화의 다층적 풍경을 그려낸다.

레스토랑이 처음 생겨난 파리는 유행처럼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맛을 평가하는 미식평론가들도 생겨났다. 최초의 미식평론가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의 ‘미식가 연감’이 출판된 건 1803년. 이들은 ‘셰 베리’에서 굴요리를 맛보고, ‘카페 하디’의 구이 요리를 칭찬하면서 미식문화를 부채질했다. 19세기 미식은 오직 프랑스만의 문화였다. 레스토랑이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 퍼져나간 건 만국박람회 덕이다.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런던, 빈, 시카고, 필라델피아의 도시에는 어김없이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식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취향은 더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졌다. 이 책의 묘미는 260여년 레스토랑의 역사를 수많은 스토리로 이어간 데 있다. 이 맛의 세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유명한 작가부터 웨이트리스, 화가, 주부까지 다양하다. 자신이 햄버거를 사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골목길에 리무진을 세워놓고 아이를 시켜 햄버거를 사는 상류층, 공공 장소인 레스토랑에서 동료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먹을 수 없었던 1930년대 독일 방직공장의 유태인출신 게르타, 감정노동자 워킹 푸어 웨이트리스의 이야기 등 사회의 단면과 마주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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