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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병원 농협중앙회장]가뭄 극복에 5000만 국민의 힘 모아야
농업은 기상(氣象) 변화에 민감한 산업이다. 예나 지금이나 비와 바람, 기온 등이 어떻게 변하느냐가 농사를 짓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옛 선조들은 첨성대를 만들어 천문(天文)을 관측하고 측우기로 강우량을 측정하며 날씨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의림지, 벽골제 같은 대형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모아두고 마을마다 작은 웅덩이를 파서 미리 가뭄에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농업기술도 많은 발전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풍작과 흉작의 결정은 하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풍과 우박, 폭서에 산불까지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있다. 최근에는 극심한 봄 가뭄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의 강수량은 평년의 55% 수준에 그치고 있고 저수율 또한 평년보다 낮은 61%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비다운 비가 내린지 오래고 고온현상까지 겹치면서 농업용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농번기임에도 물이 모자라 모내기를 마치지 못하는가하면 심은 모조차 바싹 말라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논농사 뿐만 아니라 포도, 배 같은 과일과 밭작물의 경우에도 성장기를 맞아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농업인들의 마음은 안타깝다 못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며칠 전 가뭄피해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간 충남과 전남지역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농업인들은 “이러다 올 농사를 망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감자밭은 씨알 자체가 영글지 않을 정도로 생육상태가 좋지 않았고, 농경지 여기저기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게다가 장마철까지 큰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기상정보가 있어 막막함을 더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농업인과 지방자치단체장이 기우제(祈雨祭)까지 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그 절박함이 오죽했을까.

농협은 지난 5월 ‘범농협 가뭄극복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재해대책 추진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3000억원 규모의 재해대책 무이자 자금을 긴급 편성하고 피해예상지역에는 관정 개발 지원과 양수기, 송수호스 등을 지급하는 등 영농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피해농업인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피해지역 벼를 우선 매입해 주정용으로 공급하는 등 저품위 농산물의 판매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심(農心)으로 무장한 10만 임직원들이 가뭄과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들에게 달려가 그들의 애환을 달래고 일손을 도우며 가뭄 피해 극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인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하루에 사용하는 물 10%만 절약해도 1년이면 2.5억톤의 담수량을 갖는 팔당댐 2개를 짓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생활 속 물 절약’이라는 작은 실천을 통해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농업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을 찾아 일손을 보태는 것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5000만 국민이 한 마음으로 가뭄해소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면 하늘도 시원한 빗줄기로 목마른 대지에 해갈의 기쁨을 내려줄 것이라 믿는다. 가뭄으로 몸과 마음이 타들어가는 농업인을 위해 온 국민의 관심과 응원, 가뭄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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