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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은 밤, 자전거가 위험하다②] 한강시민공원은 ‘음주운전’ 온상지(?)
-해질녘 한강공원은 음주 자전거족 급증
-자전거 두고 십수명 모여 술 돌리기도
-훈수 조항은 있으나 처벌 규정은 없어
-일본 5년이하 징역ㆍ100만엔 이하 벌금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구모(37) 씨는 잔디밭을 걷다 봉변을 당했다. 도로를 이탈한 자전거가 뒤를 덮쳐 넘어진 것이다. 왼쪽 무릎에 피가 맺혔으나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돌부리가 있는 쪽에 잘못 넘어졌다면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그는 오히려 자전거 운전자에게 다가간 후에 더 놀랐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입에서 진한 술냄새가 진동해서다. 구 씨는 “오후 9시가 넘어 캄캄한 상황인데 만취 상태로 버젓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며 “자전거도 일종의 차인데 ‘음주운전’으로 쳐야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해가 지면 한강공원에 시민들을 위협하는 ‘무법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늦은 오후 술 한 잔을 걸치고 페달을 밟는 이른바 ‘음주 자전거족’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광나루 한강공원 일대에서 두 자전거 운전자가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지난 주말 오후 9시께 강동구 천호동 광나루 한강공원을 가보니 자전거를 둔 채 맥주를 마시는 시민들이 벤치마다 보였다. 십수명이 잔디밭에 앉아 막걸리 술잔을 돌리고 있는 자전거 동호회도 있었다. 몇몇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이 날 산책 겸 공원을 찾은 원모(27ㆍ여) 씨는 “안그래도 공원에서 속도를 내는 자전거에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음주운전까지 서슴치 않는 걸 보니 아찔하다”며 “특히 공원에는 아이들도 많아 이를 제지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도로교통법을 보면 면허증이 없는 자전거는 음주단속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도로교통법 제50조에 ‘자전거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전거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는 처벌 규정이 없는 훈시조항일 뿐이다.

문제는 자전거 음주운전 또한 차량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는 점이다. 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음주는 주의력을 분산시켜 균형 감각을 잃게 하는데, 특히 바퀴 달린 기기 운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시 한강사업본부는 63명으로 이뤄진 ‘자전거 안전 지킴이단’을 통해 음주 자전거족을 통제하고 있다. 음주운전 금지 팻말을 들고, 음주가 확실한 자전거 운전자에겐 경고를 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한계가 있다.

시 관계자는 “자전거 운전자가 반발하고 나선다면 우리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구체적인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편 일본은 자전거 운전자가 음주운전 등에 적발될 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만엔(약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고 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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