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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저녁이 바뀐다②]퇴근 후 뮤지컬ㆍ발레ㆍ그림 ‘취미가 있는 삶’ …“월요병도 완치”
-직장인 10명 중 6명 “즐겨하는 취미 있다”
-“사회의 기회 인프라가 발전했다는 증거”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7년차 직장인 엄진(29) 씨는 그 누구보다 퇴근을 기다린다. 퇴근하자마자 발레 학원으로 달려가는 것. 발레 학원에 들어서는 순간 엄 씨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우아한 발레리나로 변신한다. 발레를 배운지 약 3년이 됐다는 엄 씨는 발레 재미에 빠져 최근 주 3회 발레 수업을 4회로 늘렸다. 최근엔 수업 레벨도 올라 더 신이 났다.

엄 씨는 “퇴근 후 발레복으로 갈아입고 음악을 들으며 발레를 하면 스트레스가 싹 가신다”며 “일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챙기면서 예술활동을 한다는 자체가 삶의 활력소가 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나에겐 저녁에 사람 만나는 것보다 발레 수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2. 4년차 직장인 배모(32) 씨는 지난해 가을 오디션을 거쳐 직장인 뮤지컬팀에 들어갔다. 매월 15만원만 내면 뮤지컬 배우 출신 전문가의 지도 아래 뮤지컬 이론과 실전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4개월간 팀 연습에 참여한 배 씨는 남자 주인공으로서 당당하게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배 씨는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했다는 자체가 인생의 아름다운 페이지를 쓴 느낌”이라며 “주위에서 나의 취미 활동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에 이어 피아노도 배워볼 생각”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직장과 집만 오가는 쳇바퀴 생활을 탈피하고 주체적으로 삶의 활력소를 찾아나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영화 감상이나 독서 등 정적인 취미 생활을 즐겼던 과거와 달리 서핑, 미술, 뮤지컬 등 취미 생활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직장인 115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7.8%가 ‘현재 즐겨 하는 취미생활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 조사 결과 취미 여부가 일상의 만족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돈 버는 기계처럼 느껴진 적이 있냐”는 질문에 직장인 53%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취미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였다. ‘취미가 없다’고 답한 응답군의 경우 65%가 “내가 돈 버는 기계처럼 느껴진 적이 있다”고 답해 전체 응답군 중 가장 높은 비중의 응답을 보인 반면 ‘취미가 있다’는 응답군은 44.3%로 가장 낮은 응답을 기록했다.

일부 직장인들은 단순히 취미생활 이상으로 학창시절 못 이룬 꿈을 취미활동으로 뒤늦게나마 이루기도 한다.

5년차 직장인 강주연(32) 씨는 얼마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화 수업을 등록했다. 학창시절 미술을 관심이 많았으나 특별히 미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매 주말마다 유화를 3시간씩 그리면서 강 씨는 마음 속의 있는 어릴 적 꿈을 주말에나마 이루게 됐다.

강 씨는 “유화를 그리는 시간 만큼은 그림 자체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조금씩 채워지는 캔버스를 보면 안정되고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며 “항상 토요일 밤부터 월요일 업무를 앞서 걱정을 하는 ‘월요병’에 시달렸는데 그림에 집중하면서 일요일을 보내기가 한결 나아졌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이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구조가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취미생활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사회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회의 구조 자체가 풍요로워졌다”며 “사회적 환경이 개개인의 주체적인 소비가 가능하도록 해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동력이 계속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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