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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앞길 24시간 개방] 인증샷 찍고 야간 산책 ‘푸른 기와’ 활기…“그동안 왜 못했나”
-50년 만에 24시간 개방…바리케이드 평시 검문 없애
-“권위주의 탈피 노력”…시민들 몰리며 ‘명소’ 급부상
-일부는 “야간 산책 외 달라진 것 없어…실질 소통을”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예전에는 청와대 주변을 지나면 어찌나 살벌하던지, 불편해서 경복궁만 구경하고 갔어.”

지난 26일 오전 11시께 청와대 ‘전면 개방’을 맞아 청와대 앞길을 찾은 서울 성동구 주민 문모(51) 씨가 말했다. 문 씨는 “청와대 앞까지 내 집 드나들듯 편하게 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26일 오후 개방된 청와대 앞길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청와대 개방 첫날 추적추적 나뭇잎을 적시는 빗줄기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우산을 손에 꼭 쥔 노부부, 꽈배기를 베어먹는 고등학생, 팔짱을 낀 모녀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청와대의 푸른 기와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딸과 함께 온 노원구 주민 안모(52ㆍ여) 씨는 “청와대 앞길이 부담 없이 거닐 수 있는 산책로로 변한 것 같다”며 “이토록 좋은걸 50년 동안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하지 않았냐”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후 12시 20분께 청와대 본관에서 약 200m 떨어진 인도에는 시민 수십명이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겠다며 긴 줄을 섰다. 청와대를 개방한다기에 이른 아침부터 부랴부랴 달려온 서대문구 주민 김명기(70ㆍ여)씨는 “청와대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는 줄 알고 급하게 왔는데 약간 실망했다”며 “예전에도 청와대 앞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뭐가 달라졌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현장을 지키던 경찰 관계자는 “개방 전에도 청와대 정문 신무문 앞 등 특정 지점에서 관광객들이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가능했다”며 “다만 청와대 내부나 경비 초소 등 보안이 필요한 시설을 확대해서 촬영할 수 있는 DSLR 카메라는 촬영을 금지시켰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와대를 찾은 많은 시민들이 “열린 청와대를 구현하겠다”는 청와대 취지에 공감하고 환영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좀 더 실질적인 소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 앞길.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동작구 주민 권모(23ㆍ여) 씨는 “개방 전에는 청와대 주변만 지나가도 가방을 검사해 불쾌했는데, 지나친 검문검색이 사라져 좋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청와대 개방도 의미있지만, 대통령이 수행해야 하는 우선 과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유모(41) 씨는 “청와대 개방으로 동네가 더 시끄러워질까 걱정이 되지만 오죽 답답하면 1인 시위하는 사람들이 청와대 앞까지 찾아오겠냐”며 “대통령이 ‘쇼맨십’ 같은 소통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실질적으로 응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앞길이 검문 없이 종일 완전히 개방되는 것은 50년 만이다. 청와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 사태를 계기로 전면 통제됐다. 이후 김영삼 정부 들어 낮 시간대인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만 통행이 허용됐다. 이제는 청와대 본관 앞 분수대부터 삼청동 초입인 춘추관 구간까지 야간에도 자유롭게 통행 할 수 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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