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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백마고지’에 흐르는 긴장감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백마고지 현장 르포
-최근 북한의 도발 계속되면서 긴장 속 예의주시

[헤럴드경제=(철원)홍태화 기자]“국군 사상자 1만5000여 명, 중공군 2만여 명이 저기서 사망했습니다. 시체를 치울 수가 없어 비가 오면 핏물이 계곡을 따라 흘러서 피의 능선입니다. 옆에 있는 백마고지는 포탄만 30여 만발이 떨어졌습니다. 위에서 보면 마치 백마가 누워있는 것 같았죠”

황태원 중령은 지난 20일 6사단 수색대대를 찾은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때마침 북한에 억류됐다 식물인간으로 집에 돌아온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6ㆍ25를 앞두고 철원 백마고지 전투 현장을 방문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60여년 전 휴전으로 멈췄던 포성이 다시 백마고지와 철원에 울려퍼질 것만 같은 긴장 상황이다. 황 중령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은 실내에서도 방탄모을 벗지 않았다. 1952년 10월 6일 저녁부터 15일 오전까지 9일동안 12번이나 뺏고 빼앗기며 지켜낸 한국전쟁 최고 격전지 백마고지 전투는, 2017년 이곳을 지키고 있는 우리 장병들에게는 현재 진행형이였다.

황 중령은 전망대 중앙 창가 쪽 북한의 GP를 가리켰다. “보이실지 모르겠으나, 총격은 저곳에서 다 이뤄진다. 저곳이 열리는지 아닌지 감시장비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표적 하나, 하나를 대응사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작은 움직임, 조그마한 도발 징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임전무퇴의 정신이다.

군 관계자들은 박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안심시키는 말도 수시로 강조했다. 다양한 ‘과확화 장비’를 설명하며, 북의 도발엔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을 이어갔다. 황 중령은 “철책선상에는 근거리 무기도 설치돼 있고 감시체계와 연계해 다양한 타격을 할 수 있다”며 “중거리 무기를 이용해 적 거점도 타격할 수 있다”고 했다. 옆에 앉은 이진형 소장도 손짓을 동원해 연신 설명을 거들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일까. 진지한 브리핑이 끝에 농담도 오갈 수 있었다. 박 비대위원장이 보성이 고향이라고 한 황 중령을 향해 “보성 사람들이 아주”라고 하자, 황 중령은 “맞다. 똑똑하다”고 답했다. 발표 내내 진지했던 군인의 입가엔 그제야 웃음이 번졌다.

[사진설명=6ㆍ25 당시 백마고지 전투 사진]

강인한 군의 경계 태세가 정치인과 만나니 헤프닝도 있었다. 백마고지 위령비 참배를 마친 한 의원은 위령비로 가는 계단에서 ‘파이팅’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군 관계자는 “위령비 앞에서 파이팅을 하는 것은 조금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사진 촬영은 포즈없이 이뤄졌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이동하는 길엔 국민의당 방문자들을 위한 음료가 준비돼 있었다. 의원들은 한 손에 컵 하나씩을 들고 이동했다. 옆에 있는 이 소장은 맨손이었다.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군복에 헬멧까지 차려입은 이 소장이 안타까웠던 듯, “음료수를 하나 마시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군복을 입고 있다”며 사양했다. 이에 박 비대위원장도 미소를 짓고 더 권유하지 않았다.

이날 일정의 마무리즈음에 박 비대위원장은 장병에게 웜비어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웜비어 사망엔 북한의 혹독한 고문과 노동이 있었다고 여겨진다”며 “미국이 분노했기에 돌발 상황의 가능성이 있다.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6ㆍ25가 발발 한지 67주년, 철원의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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