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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정부 여론정치…새실험 시작되다
주류엔 칼, 비주류엔 따뜻한 손길
시민단체·소외인사 과감히 발탁
4대강 감사·검찰개혁은 쾌도난마
장관인사도 국민의 뜻에 방점

협치·남북문제·사드배치…
살아있는 정치 어떻게 풀지 주목

“그땐 우리도 서툴렀다. 마음이 조급했고 나이도 어렸다. 정부 관료나 국회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낯설었다. 9년이 지났다. 지금은 다르다.”

참여정부, 이어 문재인 정부로 재차 합류한 한 청와대 인사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를 계승한다. 주류사회를 향한 과감한 개혁만큼은 같지만, 참여정부의 좌절과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한 9년은 허송세월이 아녔다. 

절치부심 9년의 결과물은 ‘여론정치’다. 국민 지지만 있다면 주류사회 벽도 여소야대 한계도, 나아가 외교난맥까지도 돌파할 수 있단 확신이다. 국민과는 몸 낮춰 소통하고 국회엔 여지없이 강경하다. 주류엔 칼을 빼들고 비주류엔 손을 내민다. 검찰개혁과 4대강감사 등 적폐청산과 재벌개혁 등 새정부 핵심정책은 쾌도난마, 전광석화다. 이 모든 걸 관통하는 키워드는 국민의 뜻, 여론(與論)이다. 참여정부와는 또다른, 한국정치의 새 실험임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16일 한국갤럽 지지율 조사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 등에도 불구,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한 83%를 기록했다. 3주째 역대 대통령 사상최고 수준이다.


‘여론정치’와 ‘포퓰리즘’은 항상 경계가 모호하다. 국민을 따르는 게 지도자의 기본이라면, 국민을 설득시키는 것 또한 지도자의 자질이다. 여론을 따르면서도 때론 여론과 맞서야 한다. 여론에 맞설 수 없는 ‘여론정치’는 ‘포퓰리즘’과 다름없다. 여론만으론 돌파할 수 없는 현실정치 한계도 있다. ‘여론정치’의 성공 여부는 2가지, 포퓰리즘과 현실정치를 뛰어넘는가에 달렸다. ▶관련기사 3·4·9면

▶국민소통은 고진감래, 국회소통은 첩첩산중=문 대통령은 국민 소통 대통령이다. 취임 후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초등학생, 고령 노인, 소방관, 유공자 등을 모두 직접 찾았다. 국민 슬픔을 나누며 함께 울고, 고개 숙였다.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로, 아니 더 낮은 곳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여의도와의 소통은 정반대다. 정치적 승부처에선 무서울 정도로 과감하다.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도 야당과 만나 인사 문제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야권은 사과, 혹은 유감, 적어도 협조 요청을 기대했지만 틈도 내주지 않았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시정연설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24회)’을 ‘국회(18회)’보다 더 많이 외쳤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시사할 땐 “참으로 안타깝다”,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강도 높은 발언도 내놨다. 이어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단언했다. 기성정치권엔 의회가 아닌 여론정치를 택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어찌보면 ‘여론정치’의 예견된 수순이다. 여의도를 향한 국민 불신은 뿌리 깊다. ‘국민 뜻’에만 따른다면 결국 여소야대 국회는 협치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대상에 가깝다.

▶주류사회 향한 비주류의 반격, 여론정치 선봉장 되다=비주류는 문 대통령 인사 코드다. 주류사회를 개혁하려는 선봉장들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조국 청와대 정무수석,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은 모두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경력을 갖고 있다. ‘참여연대 파워인맥’이란 말까지 회자된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이자 여성인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육사가 아닌 해사 출신의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 정통 북미라인 출신이 아닌 정의용 청와대 정책실장 등 주요 인사마다 주류 개혁을 위해 비주류를 발탁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읽힌다.

조명균 통일부장관 후보자,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인사는 ‘반격’에 가깝다. 조 후보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문으로 밀려난 인물이고, 노 차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사람’으로 찍혀 강제퇴직 당했다. 윤 지검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전 정권에서 좌천된 인물이다.

▶지방분권ㆍ남북대화, 여론정치 또 다른 화두=지방분권, 남북교류는 참여정부 때부터 이어온 숙원과제다. 참여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으나 ‘반쪽 실현’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제2국무회의 정례화를 개헌에 추진키로 했다. 특히 “연방정부에 준하는 권한을 지방이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추진될 개헌으로 지방분권을 이뤄내겠단 각오다.

대북정책에선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겠다”고 수위를 크게 낮췄다. 외교안보라인도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군 출신 인사가 배제되고 남북회담 전문가를 비롯, 소위 ‘대화파’가 요직을 꿰찼다.

▶여론정치, 국회ㆍ북한ㆍ사드 돌파할 수 있을까=문 대통령의 여론정치 실험의 3대 난제는 여소야대ㆍ남북관계ㆍ사드 배치 등이다. 문 대통령의 새 정치실험도 결국 이 3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현재까진 녹록치 않다. 여소야대는 인사난맥으로, 대북관계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사드 배치는 한미관계 난항으로 비화됐다. 문제는 야당도 북한도 미국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로 좌우되지 않은 상대란 점이다. 만약 여론이 돌아선다면 그 발단은 이 3대 난제에서 시작될 공산이 크다. 인사난맥이 이어지고 북한 도발이나 사드 배치 논란이 가중되면 여론은 차갑게 식을 수 있다. 일자리 정책 등으로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여론은 언제 변심할지 모를 ‘양날의 칼’이다. 여론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대로부터 여론정치의 성과를 얻어내야 하는, 문 대통령 여론정치의 딜레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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