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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웜비어 코마송환’ 분노…“14개월전 뇌조직 손상”
-트럼프 대통령, 웜비어 父에 전화해 위로
- 父 “北 아들을 짐승취급, 용서할 수 없어”
-美 언론, 미국인들 분노 전해…WP “北 벌 줘야”
-WSJ “북한, 여행금지국가로 제한해야 한다”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혼수상태’로 송환되자 그의 가족은 물론 미국 전체가 분노하고 있다.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 복용으로 혼수상태가 됐다고 밝혔지만 미 의료진은 그가 억류 당시 심각한 뇌조직 손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북한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이 들끓으면서 북한을 ‘여행금지국가’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에 따르면, 현재 혼수상태로 미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 주립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웜비어는 뇌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15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짐승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며 북한을 맹비난했다. 그는 아들이 작년 북한서 기자회견할 때 입었던 베이지색 재킷을 입고 기자회견을 해 눈길을 끌었다. [신시내티=AP·AFP연합]

병원 의료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웜비어가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웜비어의 뇌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됐고 그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가끔 눈이 떨리고 눈물을 흘리긴 하지만 인지 및 운동기능이 마비된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다.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빠진 원인은 미스터리다. 신경과 전문의 대니얼 캔터는 “우리는 증상의 원인을 알아낼 만한 정보는 북한으로부터 받지 못했다”며 “그러나 (북한이 건넨 자료를 보면) 그가 적어도 14개월 전에 뇌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그의 뇌손상이 심폐 정지에 의한 산소 공급 부족으로부터 기인했다”고 덧붙였다.

웜비어가 지난해 1월 평양으로 여행을 가 북한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1~2개월 후 뇌손상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은 1년 넘게 그의 상태를 숨겨왔다. 지난주 웜비어의 송환 직전에야 그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고 이후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맹비난했다. 그는 처음엔 아들 송환 소식에 안도감을 느꼈지만 (혼수) 상태를 알고는 “아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북한에서) 짐승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고 밝혔다. 이어 “1주일 전까지도 아들의 혼수상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북한이 우리 아들을 대한 방식에 대해선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북한의 수면제 복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북한이 내 아들을 다룬 방식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오토 웜비어가 13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런킨 공항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채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제공=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웜비어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전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밤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혼수) 상태에 대해 슬픔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 송환을 위해 미 국무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강조했다고 전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그는 오토를 찾아내려고 했다”며 “자애롭고 친절한 일”이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반면,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에 대해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가 가족들에게 낮은 자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가족은 전략적 인내를 끝낼 시간이 됐다고 결심했다”고 꼬집었다.

미 언론들은 사설에 미국인들의 분노를 반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북한이 미국 시민에게 위해를 가한 것에 대해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WSJ은 “왜 미국은 북한 여행을 금지하지 않는가”라며 “워싱턴과 평양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북한 여행 위험도 증폭되고 있다”고 북한을 ‘여행금지’ 국가로 제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을 ‘여행경고’ 국가로 지정해 ‘여행경보’만 발동할 뿐 실제 방북을 허용하고 있다. 서방 진영에서 연간 5000명가량 북한을 방문하고 그 가운데 약 1000명이 미국인으로 추정된다고 WSJ은 덧붙였다.

웜비어 사건 이후 트럼프 정부와 의회에서도 북한 여행 통제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전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민주당 애덤 쉬프, 공화당 조 윌슨 하원 의원은 관광 목적의 여행은 전면 금지하고 그외 방문객에 대해선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여행통제법’을 발의한 상태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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