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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전성원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장(검찰파견)]은닉재산 회수와 신뢰회복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쫓기던 타조가 급한 마음에 머리(頭)를 덤불 속에 처박고(藏) 꼬리(尾)는 숨기지 못한 채 드러내고(露) 있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진실을 숨겨보려고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어 결국은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이니 우리 속담의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장두노미’와 같은 사례가 부실금융회사 정리과정에서도 종종 확인이 된다.

A씨는 B금융회사의 경영진과 공모해 불법으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 이후 그는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않아 결국 B금융회사가 파산되는데 일조하였으며, 이후 해당 금융회사에는 국민 혈세로 조성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A씨는 B금융회사의 부실관련자로 채무변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변제는 도외시한 채 캄보디아에 과거 불법대출금으로 매입한 대규모의 토지를 은닉하고 있었다.

예금보험공사는 A씨의 재산은닉 사실을 신고받고, 즉시 해당 토지에 가압류 조치를 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법체계의 미비로 해당 토지에 설정된 가압류가 해지됐고 A씨는 이틈을 타 제3자에게 해당 토지를 매도하였다. 현지 사법체계상 등기부 등을 통해 매수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예보는 현지 신문에 광고를 내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해 A씨가 해당 토지의 매매 잔금을 지급받기 직전 해당 토지의 매수인을 찾아내 A씨의 사기행각을 알리고 잔금이 A씨에게 지급되는 것을 막아냈다. 이후 A씨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여 금년 4월 매수인으로부터 800만 달러(약 92억원)의 매매대금을 회수하였다.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는 경우 예금자 등이 입는 경제적 피해규모는 실로 막대하다. 2001년 12월 예보에 금융회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보다 강력하게 추궁하기 위하여 검찰과 합동으로 부실채무기업특별조사단이 설치됐다. 이후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로 확대된다.

예보는 점점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은닉되는 부실관련자의 재산을 찾아내고자 2002년 5월부터 금융부실관련자 은닉재산 신고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신고센터는 법적·제도적 한계로 인해 공사의 일반재산조사로는 파악이 불가능한 은닉재산을 일반인의 제보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361건이 접수돼 462억원을 회수했다. 최근에는 은닉재산 포상금을 10억원에서 최대 20억원으로 상향했다. 전 세계 모든 재외공관 홈페이지에도 은닉재산 신고센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엔 캄보디아에 현지사무소를 열고 부실 저축은행의 부동산자산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캄보디아는 예보가 관리하는 해외자산 6377억원 가운데 76%(4862억원)가 몰려있는 곳이다. 지난 2006∼2007년 국내에서 캄보디아 투자 붐이 불자 부산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프라임저축은행 등이 무리하게 거액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투자를 했고, 이후 파산 사태를 맞았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유행처럼 번졌었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그 신뢰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반칙을 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는 강한 시그널이 금융시장내에 확고히 인식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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