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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명 “6월항쟁 이후 30년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6월 항쟁과 관련한 저작물과 창작물이 많이 나왔지만 저 나름의 방식으로 써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30년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게 변하고 어떤 건 변하지 않았는지 알아야 지금의 문제를 좀 더 나은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바람의 화원’‘별을 스치는 바람’ 등의 베스트셀러를 꾸준히 내온 작가 이정명이 87년 6월항쟁을 다룬 소설 ‘선한 이웃’(은행나무)으로 돌아왔다. 일찌감치 6월항쟁 30주년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다.


2012년 집필을 시작해 5년만에 완성한 소설은 도중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쓰기를 중단하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 다시 원고를 꺼내든 건 2016년 봄. 그리고 마지막 수정을 끝내자 최순실국정농단 사건이 터졌고 그는 촛불광장으로 향했다.

이 씨는 “1987년에서 시간의 필름을 잘라 2017년에 이어붙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6월항쟁을 소재로 한다는 건 작가에겐 큰 도전이다.

수많은 저작물과 창작물이 나와 있는 터에 새롭게 독자들에게 다가가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관점 바꾸기였다.

“지금까지 나온 저작물들의 관점은 당시 운동권 내부의 시선이나 관련된 인물들의 시선, 몸담았던 분들의 회고가 대부분이죠. 이를 운동권을 궤멸시키려는 정보당국이나 경찰 등 적대자의 시선으로 87년을 바라보면 어떨까, 그럴 경우 6월항쟁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과 다른 관점이 얻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후일담 형식의 기존 작품과 달리 입체적으로 87년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소설은 정보기관 요원 김기준과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태주, 연극배우 김진아가 세 축을 이루며 굴러간다. 그 삼각형 중심에는 ‘얼굴 없는’ 운동가 ‘최민석’이 있다. 신출귀몰한 영웅을 잡기 위해 김기준은 팀을 꾸려 6개월 동안이나 최민석을 추적하지만 놓치고 좌천된다. 포기를 모르는 김기준의 추적은 더욱 교묘하게 진행돼마침내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 역시 기관의 더 높은 관리관의 설계의 덫에 걸렸음을 알게된다.

이 씨는 당시 시대상황을 연극계로 풀어나간 데 대해 “80년대 민주화운동에서 문학과 철학, 사학 등 많은 분야에서 저항적 지식인이 많았지만 가장 앞서 나갔던 분야가 연극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사태에 비견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압박과 사전검열로 예술인들의 활동을 막았던 분야가 연극계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생겼다.

대중들에게는 연극작품을 어느 정도까지 이해시키고 전개시킬 것인가였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줄이고 인물들 간의 쫒고 쫒기는 플롯 위주로 가느냐, 연극적인 부분을 깊이있게 구현하느냐 고민을 하다가 독자들이 쉽게 읽어나가는데 걸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자는 쪽을 택했습니다.”

작품 속 연극은 중의적으로 읽힌다.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은유이자, 연극 ‘엘렉트라의 변명’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주요 구조를 이룬다.

소설은 대중이 믿고 있는 영웅, ‘최민석’이란 가공의 인물을 놓고 거짓말과 또 다른 거짓말로 진실이 호도되는 상황으로 나아간다. 이태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 끝에 자살로, 기준은 국회의원에서 유력한 대선후보로 인생이 갈린다.

이씨는 “누가 선하고 악한가의 문제라기 보다 그 시대에서 맞닥뜨린 개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에 주목했다”며, “지극히 개인의 선한 의도가 불의한 권력과 결부됐을 때 선한 의도와 별개로 악으로 변질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보자”며 여운을 남겼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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