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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영 “평생 자유를 추구했지만 늘 자유롭지 않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문학이 캄캄한 밤에 반짝이는 불빛처럼 나를 끌고 왔다. 문학이 인생이었고 집이었다.”

우리 시대의 거장 황석영(74) 작가가 지난 한 평생을 풀어놓은 자전 ’수인’(전2권, 문학동네) 을 출간하며, 결정적 시기에 자신을 이끌어준 건 문학이었다고 고백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엇비슷하게는 작품과 인생을 합치시켜 살려고 노력한” 삶이었다는 것이다.


자전 ‘수인’은 1989년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방북한 뒤, 독일·미국 등지를 떠돌다가 1993년 4월 귀국 직후 체포돼 감옥살이를 시작하는 데서 시작한다. 감옥에서의 시간을 현 시점으로 유년과 청년기를 오가며 지난 날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수인(囚人)’은 말 그대로 감옥에 갇힌 자이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정체성을 압축한 말이기도 하다.

그는 “작가로서의 평생이 자유를 추구한 과정이지만 늘 자유롭지 않았다는 아이러니컬한 인생이었다”고 털어놨다. 자연인으로서의 시간의 감옥, 작가로서 피할 수 없는 언어의 감옥, 한반도라는 사회 역사적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과 도전의 삶으로 풀이된다.

그는 소설가가 자전을 쓰는 건 한국현실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사회현실, 역사적 현실이 워낙 막중하니까 그런 건 한가로운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번 자전은 기존에 신문에 연재했던 원고지 4000장 분량에 2000장을 더 써 6000장 가운데 다시 2000장을덜어냈다.

“다 써놓고 보니 정말 옆을 돌아보지 않고 한 길로 화살처럼 달려온 인생”이었다고 돌아본 그는 “남에게서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주변사람들과 귀중한 벗들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성찰하게 되는 기간”이었다고도 했다.

자전인 만큼 드러내기 부끄러운 것들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상처를 드린 것, 광주에서 집을 떠날 때 회한 등 개인사의 그늘도 담아냈다.

그는 어머니가 소설가가 되는 걸 한사코 말렸던 얘기를 들려줬다. 어머니는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원고지를 뺏어 아궁이에 불태우며 “소설가란 제 팔자 내주는 거다”고 극구 말렸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이었던 어머니는 ‘걸리버 여행기’‘15소년 표류기’를 사다주시고 일기를 쓰게하고 벌을 세우는 대신, 얘기를 글로 쓰도록 했다. 결국 어머니가 작가로 키운 셈이란 얘기다.

책은 지난해 나올 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미뤄졌다. 지난해 연말 촛불 집회에 나갔다가 독감에 걸려 호되게 고생한 뒤, 올 3월이 돼서야 몸상태가 기적같이 좋아져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는 “광주부터 시작된 여정이 6월항쟁으로 마감되고 민주사회로 출발하게 되는데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고, 촛불 이후의 새로운 출입구에 와 있다”며 “저의 자전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민초들이 살아온 동시대를 증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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