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시민들 생명권, 건강권 침해됐는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승용차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시민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며 시민단체가 소송을 냈지만 결국 졌다. 법원은 불특정 다수 시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됐는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2:00) “저감장치 조작해 시민 건강권 침해”.... 法, “폭스바겐, 위자료 배상 안해도 돼”

서울중앙지법 민사18단독 배은창 판사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와 대표자 김모 씨 등 44명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주식회사를 상대로 “1인당 30만원 씩(총 1350만 원)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2015년 9월 미국환경보호청(EPA)는 폭스바겐그룹이 배기가스 기준을 승인받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며 48만 2000여대 차량의 리콜조치를 명령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배기가스 조작이 의심되는 차량을 9만 2000여명이 구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차 값을 돌려달라는 차주들의 소송이 이어졌다.

위원회는 지난 2015년 11월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9만2247대 차량에 장착해 판매함으로써 헌법 제 35조에 보장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환경오염을 유발했다”며 대기환경보전법위반 혐의 등으로 폭스바겐코리아의 토마스 쿨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동시에 “이같은 차량이 유통ㆍ운행되면서 시민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위원회 측은 재판에서 ▷차량들이 국내에서 유통ㆍ운행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향후 질병 발생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생겼으며 ▷소비자의 선택권과 인격권, 환경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차량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돼 환경이 오염됐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환경오염으로 인해 시민들의 생명, 건강, 기타 생활상 이익 등이 침해될 때 비로소 불법 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해 판매한 디젤 차량들이 국내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초과했다거나 국내에 유통되는 일반 차량들에 비해 원고들의 생명, 건강, 기타 생활상 이익 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많은 양의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위원회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