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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충돌 이면에 숨겨진 美·中 패권경쟁
미어셰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론’
“21세기도 폭력의 사이클 못벗어나”

인간 본능 아닌 무정부 국제체제 탓
세력균형 유지 넘어 압도적 힘 추구

中 패권장악 전략은 美 ‘먼로독트린’
美中전쟁 가능성 냉전시대보다 높아


90년대 초 냉전의 종식은 국제사회가 평화로운 공존을 향해 갈 것이란 낙관적 전망으로 들뜨게 했다.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이가 있었다. 세계는 여전히 위험할 것이란 주장을 내건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J. 미어셰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다. 군사전문가이기도 한 미어셰이머는 소련붕괴 후 바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을 집필, 10여년 만인 2001년 이를 출간했다. 희망과 낙관이 팽배한 그 때만해도 그의 비관적 견해는 환영받지 못했다. 상황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면서 달라졌다.

이 책은 미어셰이머 교수가 세운 제3세대 현실주의 국제정치론의 전모뿐 아니라 이 이론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국제정치 분야의 주요 저작에 수여하는 ‘렙골드 북’상을 수상했다. 


중국이 경제 성장에 힘입어 미국의 잠재적 패권 도전국이 될 것이란 남다른 통찰이 현실이 된 시점에서 나온 2014년 개정판은 중국이슈를 집중 분석해 추가한 게 눈길을 끈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제시한 제3 세대 현실주의론인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는 국가들의 관계를 지배하는 것을 규범이나 도덕이 아니라 힘과 국가이익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현실주의 계열에 속하지만 좀 다르다. 즉 국가들이 힘을 추구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 무정부 상태라는 국제체제 구조이며, 세력균형을 유지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압도적인 힘을 추구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이런 국제체계에서는 21세기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폭력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강대국들은 상대방의 군사력과 의도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국의 안보를 위해 힘의 우위를 추구하기 마련이며, 결국 강대국간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1792년 이후 근대 유럽의 강대국의 전쟁 양상을 다극체제와 양극체제, 다극체제 내 잠재적 패권국이 있을 경우로 나눠 국제관계와 패권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보여준다.

특히 19세기 동안 유럽의 강대국들을 서반구에서 몰아내고 패권을 장악한 미국의 역사는 공격적 현실주의론에 대입된다. 서반구의 패권국이 된 미국은 빌헬름 황제의 독일, 나치 독일, 냉전기간 소련이 유럽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좌절시켰고 일본 제국의 패권장악의 야망을 무너트렸다.

저자애 따르면, 미국의 패권전략은 1차적으로 지역내 강대국들로 하여금 잠재적 패권국을 저지하도록 하는 책임전가 형식이지만 그들의 힘만으로 불가능해졌을 때는 직접 개입해 패권도전국을 무너뜨리는 해외 균형자 전략을 구사한다.

“이 책이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국제정치라는 위험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과 권력(힘)을 위해 경쟁하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평화롭게 사는 것에 만족해하는 나라들조차도 권력 추구를 위한 끊임없는 싸움에 빠져들 수 밖에 없습니다.”(‘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이 책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현실주의론으로 본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이며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다.

우선 힘이 강해진 중국은 미국의 전례를 좇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19세기 서반구에서 했던 것처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는 것이다. 이른바 중국판 ‘먼로 독트린’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 해군을 대순다군도로부터 일본, 필리핀, 대만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 더 나아가 제1도련선 밖으로 밀어내려는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전략적으로 중요한 바다인 남중국해가 자신의 고유한 수역임을 선언한 상태다.

미국으로선 패권 잠재국 중국을 저지하는 최적의 전략은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다. 중국의 이웃나라들로 하여금 중국을 봉쇄하는 역할을 담담하게 해 책임을 넘기는 것이 미국으로선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중국 주변국 중 스스로의 힘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질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 대항하는 균형 노력에서 주도국이 돼 상륙(onshore)할 수 밖에 없다는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중국의 주변국들은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놓고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며, 대체적으로 미국을 선택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노릴 것으로 내다본다.

더 암울한 내용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이다. 미중 전쟁 가능성이 냉전시대 초강대국들 사이의 전쟁 가능성보다 오히려 높을 것으로 저자는 본다. 특히 중국의 다른 민족에 대한 우월감과 혐오에 바탕한 초민족주의와 안보경쟁이 결합해 국제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으로 본 중국의 부상을 짚어낸 부분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의 행보와 한한령 등 중국의 보복조치 등을 겹쳐 읽게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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