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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사교육②] “경쟁에서 뒤처질까봐…” 한달 학원비 수백만원 쓰는 부모들
-강남 한달 평균 사교육비만 130만원…전국 6배
-사교육 양극화 우려 지속…“근본적 방안 필요”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서울 강남 도곡동에 사는 직장인 권모(51ㆍ여) 씨는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키우는데 허리가 휠 지경이다. 특목고에서 해외유학을 준비하는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방학동안 아이들을 미국 수능시험인 SAT 학원에 보내는데만 1000만원이 들었다. 여기에다 다양한 과외활동을 위한 예체능 계열 과외까지 시키니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권 씨는 “다른 학생들은 여기저기 유명한 학원 다 다니는데 우리 아이들만 보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보내게 됐다”며 “주위에서 투자하는 만큼 내가 하지 않으면 부모로서 자격 미달인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재정적인 부담이 물론 크지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선까지 다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2. 서울 강남 대치동에 사는 박모(15) 양은 오후 5시께 학교수업이 끝나는대로 부리나케 소그룹 학원으로 달려간다. 학생들을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 가르치는 이 학원은 매일 저녁 학생들의 식사까지 챙겨주며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가르친다. 주말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생들을 붙잡아두고 수업하거나 자습시킨다. 주 6일 운영되는 이 학원의 한달 비용은 150만원에 달한다.

소그룹 학원 하나만 다닌다는 박 양은 “한 과목당 학원 2개씩 다니는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학원을 적게 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교육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교육에 지출하는 금액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에 발표한 ‘2016년 초ㆍ중ㆍ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 강남 부모들은 전국 평균 사교육비의 수배에 달하는 비용을 매달 지출하고 있다.

강남구가 지난 1월 발표한 ‘강남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강남구의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3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사교육비 평균의 6배에 달하는 것이다. 월평균 사교육비가 44만원인 부산보다 3배 가량 많은 액수이기도 하다.

강남의 한 중학교 교사 정모(31) 씨는 “학생들 70%가 일주일에 하루 이틀을 제외한 매일 학원을 간다”며 “학부모들과 상담해보면 대부분 ‘남들이 다니니까 나도 다녀야 한다’는 공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사교육비 편차가 커지면서 사교육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 전형의 비중이 커지다보니 강남 등 부유한 지역에서는 교과영역뿐만 아니라 돈이 있을수록 유리한 비교과영역에도 최대한 투자하고 있다”며 “이럴수록 사교육 양극화는 심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입시경쟁과 고교서열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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