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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대 오른 검찰③] 구속영장 청구권 독점 깨질까
-檢 “영장청구를 검-법원이 이중통제 해야”
-警, “어차피 법원이 판단하므로 문제 없다”
-수사권 독립과 함께 검경 권한 배분 중 가장 핵심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영장청구권 확보야말로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게 안되면 수사 독립을 말할 수 없다.” 최근 한 경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권 확보 문제를 이같이 표현했다. 헌법 제12조 3항은 영장 청구권을 이렇게 정하고 있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아홉 자 때문에 경찰은 지난 55년 동안 강제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검찰을 거쳐야 했다.

경찰, 내년 6월 ‘반드시 개헌’=경찰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개헌 국민투표에서 이 조항을 반드시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조문을 그대로 둔 채 법률을 제정해 경찰 일부 인력에게 ‘영장청구 검사’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수사권 조정 문제보다 이쪽이 더 수월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형사소송의 틀을 고치는 과정에서 각종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영장청구권은 경찰을 주체로 인정할 것인가의 양단의 문제여서 사안이 훨씬 단순하다는 인식이다. 경찰은 영장청구권 확보를 위해 10일간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자체 구속수사 권한을 내놓거나, 영장 청구권자를 경감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권 확보를 공약집에 명문화하지 않았다. 다만 대선후보 토론 과정에서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려면 별도의 영장청구권이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검찰, ‘인권 보호 이중장치’ 명분 앞세워=하지만 검찰도 영장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헌법 조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인권 보호를 위한 ‘이중장치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찰이 신청하는 영장이 법원 심사 이전에 검사의 검토를 거치면서 무분별한 강제수사가 줄어든다고 검찰은 설명한다. 헌법에서 법률 전문가인 검사로 영장 청구권자를 한정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1962년 5차 개헌 과정에서 헌법에 규정된 뒤 55년간 유지되고 있다. 헌법해석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도 1997년 3월 이 조항에 관해 “다른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영장 신청을 막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줄이고자 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경찰이 신청하는 상당 수의 구속영장 신청이 법원 심사 전 단계에서 기각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검찰에 따르면 2011~2015년 구속영장 검사기각률은 16.37%로, 해마다 5000~6000 건에 이른다.

“수사 무마 의혹 근절” vs “문제 사례 일부에 불과”=경찰은 견제가 필요한 검찰 권력의 상당 부분이 영장청구권 독점에서 비롯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무마할 수 있는 권한이 검찰에게 주어져 있다는 주장인데, 지난해 홍만표 변호사로 대표된 ‘검찰 전관’ 변호사들의 법조비리 문제도 이 부분에 집중된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또 검찰이 내세우는 인권 보호를 위한 ‘이중장치론’도 관념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어차피 경찰이 부적절한 영장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걸러질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검찰이 막아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선 수사부서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은 사안도 검찰에 의해 기회가 박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김광준 전 부장검사의 ‘조희팔 사건’ 수뢰 의혹과 관련해서도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찰이 기각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사례도 있다.

검찰은 다시 ‘법원의 영장 심사는 발부/기각의 OX식이지만, 검찰의 검토는 주관식’이라고 반박한다. 영장신청을 기각한 뒤 보강수사를 지시해 진범을 찾아낸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무마 의혹을 제기하는 검사 비리 사건도 극소수인 데다, 이번 정부 공약 사항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도입되면 논란이 사라질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어 영장청구권을 경찰에게 넘겨준다면 ’수사무마 방지‘라는 득보다 ’인권침해‘로 인한 실이 더 클 것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경찰도 검찰의 수사 무마 논란이 대기업이 연루된 화이트칼라 범죄나, 유력 인사 연루 사건 등에 한정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기업범죄 분야에 정통한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이 문제가 나올 때마다 시기상조라고 덮고 넘어간 게 벌써 30년 이상이 됐다. 이번에 못하면 앞으로 영원히 시기상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권력기관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논의를 하되, 경찰도 자치경찰제 도입 등 자체개혁안을 통해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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