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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대 오른 검찰 ① 개혁 논의 어디까지 왔나]내년 6월까지가 적기…검·경 탐색전 시작됐다
-명분 쥔 경찰
“공수처 도입-수사권 조정 한번에”
-‘돈봉투 파문’ 검찰
‘공수처 주고 수사권 방어’가 최선


“우리가 뭘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근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 개혁 논의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토로했다. 경찰이 올해 초부터 언론을 통해 수사권 독립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검찰은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단순히 현상유지가 최선인 입장이라서가 아니다. 지난해 ‘정운호 게이트’로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이 터졌고, 현직 검사장과 부장검사가 구속 기소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국회가 지난 3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살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72.2%를 차지했다. ‘검찰은 기소권만 가지고 수사권은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67.6%,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찬성하는 비율도 87%에 달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사람들이 자세히 알지 못해도 일단 공수처를 도입하자고 한다. 현재로썬 반대할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를 받고 수사권을 지키면 선방’이라는 말도 나온다.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수사구조 개혁 문제를 다루는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예전엔 머리가 아팠지만 요즘은 손이 바쁘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외 입법례와 입법 방안 등 이론에 대한 연구를 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그렇다면 경찰은 믿을만 한가’라는 지적이 나올 것에 대비해 자체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공수처 도입은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도입을 ‘검찰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자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경찰은 공수처도입과 수사·기소권 분리, 영장청구권 부여 문제가 반드시 일괄적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수처 도입이 먼저 이뤄질 경우 검찰개혁이 일정부분 이뤄졌다는 인상을 줘 본질적인 부분인 수사권이나 영장청구권 문제를 논의할 동력이 떨어질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표면적으로는 경찰이 의욕적으로 앞서가는 것 같지만, 실제 ‘본게임’이 시작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문 대통령이 선거 기간 공약으로 내놓은 검찰 개혁 방안의 세부사항이 나와야 논의가 시작된다. 공약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에는 원칙적으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을 주겠다고 돼 있다. 공수처 도입과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구속영장 청구권을 경찰에 부여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하지만 이같은 얼개만으로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검찰이 가지는 2차적, 보충적 수사권이라는 것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느냐에 따라 양 기관의 권한 조정 범위가 전혀 달라진다. 실제 여당에서도 검찰 출신의 금태섭 의원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경찰비리와 특수경제사건에 허용하는 입장이지만,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의원은 경찰이 수사를 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각종 공청회와 이해관계기관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현재 공석인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고 정부 입법안 초안을 마련한 이후다. 초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의 의견수렴이 원활할 지도 미지수지만, 이후에도 지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법무부 주관으로 열릴 각종 공청회에선 변호사단체와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입법안이 제출되면 의원안과 절충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탁금지법도국민권익위 주도로 법안이 마련됐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부안과 의원안이 뒤섞인 채 의결되면서 ‘김영란법’이라고 부르기 무색해질 정도로 내용이 바뀐 전례가 있다.

사실상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는 것도 단시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위원장인 권성동 위원을 필두로 다수의 법조인이 포진해 있어 법안 상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문제는 개헌 사항이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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