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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의 검찰개혁 ‘메스’는 날카로웠다, 檢 ‘패닉’
‘특수활동비’로 칼자루 쥐어…인사·예산·조직 정밀타격 주력



[헤럴드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빼 든 검찰개혁 ‘메스’가 날카롭다. 검찰 일각에서는 “조직에 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서…이제 겨우 10일밖에 안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고강도 검찰개혁 행보에 검찰이 ‘충격’과 ‘공포’에 빠진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조직의 중추이자 취약점인 ‘인사’와 ‘예산’, ‘조직’을 정조준해 정밀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사정의 중추기관인 검찰은 사법영역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기능을 하며 이는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로 구성된다. 이런 점 때문에 통상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라고 부른다. 특정직공무원인 검사가 속한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지만 이러한 역할로 인해 ‘준사법기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인 검찰은 법무부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법무부 장관이 법무행정을 통해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검찰국을 통해 인사, 조직, 예산 등 검찰행정을 수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따라서 검찰 구조상 수사라는 한 축과 다른 축인 인사, 예산, 조직 문제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이후 중요 수사를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의 검찰행정을 책임지는 검찰국장을 ‘빅 2’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문 대통령은 바로 이 인사와 예산, 조직을 통해 검찰개혁의 고삐를 거세게 조여들어 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표 검찰개혁은 ‘밀어내기식’ 인사로 시작했다. 취임식 다음 날인 11일 조국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을 임명한 게 신호탄이다. 대통령을 보좌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사령탑에 비(非)검찰 출신 교수이면서 진보 성향의 법학자를 앉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자 검찰로선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한 ‘사건’이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강도 높게 추진했지만 결국 검사들의 반발로 개혁에 실패했던 경험도 이번 조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기 장악’에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검사와의 대화’까지 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끝내 개혁을 완수하지 못했다.

이와 달리 이번 검찰개혁은 잘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전광석화’처럼 이뤄지고 있다. 조 수석이 임명된 후 김수남(58·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수 시간 만에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 김 총장은 이미 퇴임을 마음먹고 있다가 때가 됐다고 판단해 퇴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그가 첫 인사를 통해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부정적 인식을 확인하고서 사표를 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비슷한 일은 19일 윤석열(57·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때도 일어났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은 윤 지검장에 대한 파격 인사 전후로 이창재(52·19기)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과 김주현(56·1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각각 사의를 밝힌 것이다. 특히 윤 지검장 임명은 이전처럼 법무부가 아닌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발표했다. 검찰 고위 간부 대부분은 TV를 통해 이를 알게 됐다고 한다. 한 검사는 “인사권이라는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인 것”이라고 했다.

개혁의 또 다른 갈래인 ‘예산’은 검찰 ‘빅2’ 이영렬(59) 전 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 법무부 전 검찰국장의 ‘돈 봉투 만찬’이 뒤늦게 불거진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국정농단’ 수사가 끝난 뒤 휘하 간부들을 대동한 저녁 자리에서 서로 격려금을 돌린 사건이다. 문 대통령은 관련 보도에도 법무부와 대검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자 17일 직접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들은 사의를 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각각 부산고검 차장·대구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검찰 내부에선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에 격려금의 출처로 알려진 ‘특수활동비’의 사용체계 점검이 포함된 점에 주목한다. 문제가 된 만찬 자리뿐 아니라 그간 특수활동비가 누군가의 ‘쌈짓돈’처럼 사용된 게 아닌지 확인하란 의미다.

인사, 예산 외에 검찰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예고된 상태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11년 만에 호남 출신인 박균택(51·21기) 대검 형사부장이 전보 임명됐다. 향후 청와대의 ‘큰 틀’이 제시되면 법무부는 박 국장을 중심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영장청구권 재편 검토, 검찰 제도 개선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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