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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명문장수기업 인증 범위 논란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오랜 기간(업력 45년 이상) 건실하게 사업을 영위하며 사회에 이바지한 기업에 주어지는 ‘명문장수기업’이라는 칭호가 논란에 휩싸였다. 주무기관인 중소기업청이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의 대상을 기존 ‘모든 중견기업’에서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중견기업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재입법 예고하면서다.

중견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정단체 중견기업연합회는 “핵심 대상인 대다수 중견기업을 누락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반면 중기청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이 전체 중견기업의 85%를 차지하고, 중견기업 지원 정책 다수가 역시 매출액 3000억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에 대상 범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중소-중견기업계 갈등의 불씨가 되다=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는 장기간 건실하게 경영돼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고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을 선정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진흥법에 근거해 애초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난해 11월 중견기업도 명문장수기업으로 지정할 수 있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견기업 최초로 명문장수기업이 나온다.

하지만 3월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된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면서 제도의 대상 범위가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조정됐다. 앞서 언급했듯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이 전체 중견기업의 85%를 차지한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특히 중소기업계에서는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는 사실상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자발적 포상제도”로 “규모가 큰 중견기업까지 대상으로 하면 이중 지원이 초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견기업계가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대상 축소에 반대하는 이유는 결국 향후 가업승계 시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것으로, 이는 과욕"이라는 것이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중견기업계 “중기청 통계 사실과 달라”=반면 중견기업계는 중기청이 범위 재조정의 근거로 제시한 통계치 자체가 틀렸다는 입장이다. 중견련은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의 실제 대상인 업력 45년 이상 중견기업 328개 중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인 곳은 총 222개로 67.6% 수준”이라며 “중기청이 제시한 수치는 통계적 착시를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상 범위 하향은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의 성장 지원, 기업성장의 바람직한 롤모델 제시 등 제도의 설립 취지를 원점에서 부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견련은 또 “중소기업 핵심인력 성과보상기금’과 같이 중소기업 지원 축소 우려가 없거나 중견기업이 참여해 사업의 활성화가 예상되는 경우 전체 중견기업까지 대상을 확대한 사례가 많다”며 “만약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의 대상이 축소되면 오리온, 유한양행, 넥센타이어 등 우리 기업계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하는 굴지의 중견기업이 명문장수기업으로 공인받을 수 없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네덜란드와 영국의 왕실인증제도에서는 공인 기업 규모에 제한이 없고, 독일 히든챔피언의 매출규모는 4조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와 유사한 취지의 ‘월드클래스 300’ 사업은 매출액 1조원 규모의 중견기업까지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중견련은 “국민기업으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많은 중견기업이 배제된 기업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명문장수기업이 온전히 명예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할 역량을 갖춘 많은 중견기업의 성장을 외려 정부가 억누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현재 명문장수기업이 받는 혜택은 인증, 정부 포상, 마케팅 등으로 범위가 좁다. 그러나 향후 가업승계 시 세제혜택을 주는 등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국회는 "명문장수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조항 등은 상속세를 회피하고 탈법적으로 부를 대물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중견기업 특별법에서 세제혜택안을 빼고 처리한 바 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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