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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2 서울로7017은 지금] ‘보행천국’ 위해 ‘보행지옥’ 강요하는 서울시
-‘서울로 7017’ 막바지공사 안전불감증 논란
-보행길에 공사자재 적치…굴삭기 보행 위협
-공사장 한복판에 흙더미…비산먼지 유발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아무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도….”

지난 17일 ‘서울로 7017’ 공사가 진행 중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8번 출구 인근. 늦은 오후 퇴근하던 직장인 강동우(36) 씨는 얼굴을 찌뿌렸다. 8번 출구에서 7번 출구로 이어지는 교통섬에 공사자재가 ‘안방’처럼 널려 있어서다. 강 씨는 “날짜를 맞추려고 바쁜 건 알지만,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며 “보행사고가 나지 않는 게 더 신기할 지경”이라고 했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 7ㆍ8번 출구 사이 교통섬의 서울로 7017 공사현장에서 일부 작업자들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일하고 있으며 그사이를 시민들이 위태롭게 지나가고 있다.

시민 안전에 대해서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던 서울시가 이번 서울로 7017 공사에는 유독 관대한 모습이다. 오는 20일 개장일에 맞추려는 부담으로 막바지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날을 더해 지난 15~16일 3일간 밤낮으로 둘러본 공사현장에는 곳곳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큰 문제는 도를 넘는 보행 침해였다. 특히 서울역 7ㆍ8번 출구 사이 교통섬은 알 사람은 다 아는 위험 장소였다.

굴착기는 밤낮 구분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호수 1~2명이 자리를 지켰으나 매번 밀려오는 수십 명 사람들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손을 흔들며 “빨리 뛰어가세요”라고 외치는 게 전부였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 7ㆍ8번 출구 사이 교통섬의 서울로 7017 공사현장에 있는 굴착기를 피해 시민들이 뛰어가고 있다.

굴착기 바로 옆을 안전장비 없이 뛰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얼핏 봐도 아찔했다. 곳곳 깔린 공사자재는 지뢰처럼 발목을 붙잡았다. 보행자 통로라는 표지판은 무색했다.

일대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던 주부 박소라(60ㆍ여) 씨는 “뚜렷한 표시가 없으니 어디부터 공사장이고 어디부터 보행길인지 모르겠다”며 “곳곳 움푹 파인 보도블록에 며칠간 발을 몇 번이나 삐끗할 뻔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역 서부교차로 일대에서 이뤄지는 같은 공사에도 비슷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곳곳에서 눈에 띄게 비산먼지가 흩날렸다. 드릴과 삽은 매시간 먼지를 내뿜었다. 공사용 흙은 부직포나 천막 등에 덮이지 않아 바람이 불 때마다 뿌연 연기를 만들었다.

일부 보행자는 손으로 코와 입을 파묻은 채 길을 지났다. 일대를 등하굣길로 걷는다는 고등학생 조모(18ㆍ여) 양은 “얼마 전 가래가 나왔는데 검은색 먼지가 섞여 있었다”며 “비산먼지와 관련 있는 것 같아 이곳 근처에선 마스크를 꼭 끼고 다닌다”고 말했다. 

서울역 서부교차로 일대 서울로 7017 공사현장에 공사용 흙이 널려있다.

일각에선 이번 행태들이 개장일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던 도중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로 7017은 박원순 시장의 민선6기 역점사업인 만큼, 무엇보다 박 시장이 더 이상 공사가 미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시는 당초 2월 중순 개장시기에서 두 차례 날짜를 미룬 끝에 이번 20일을 개장일로 확정했다. 지난 4월 20일에서 개장을 한 달 미룰 때에는 담당 직원들이 설득에 며칠간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막바지 과정에 돌입하다보니 (이러한 문제가) 조금 나왔던 것”이라며 “부득이하게 불편을 주던 요소 상당부분은 지난 17일 기점으로 마무리됐다”고 해명했다. 이어“언제나 안전이 1순위”라며 “정식 허가없이 무리하게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로 7017은 큰 차질 없이 예정대로 오는 20일 개장될 예정이다. 18일 기준 서울시가 보는 공정률은 99% 이상이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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