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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미 메모’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공화당도 “워터게이트급 사건”
-NYT 보도, 핵폭탄급 충격
-트럼프 정부 사활걸린 중대사안
-탄핵여론 비등…48% “탄핵해야”
-美정계 “메모내용 사실여부 입증해야 ”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 고위인사들에게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까지 “워터게이트급 사건”이라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NYT, 트럼프 수사개입 정황 공개=16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연루된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미 당시 FBI 국장에게 “당신이 이 사건을 놔줬으면 좋겠다(I hope you can let this go)”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수사를 끝내고 플린을 놔주는 것에 동의해주길 바란다”며 “플린은 좋은 사람(decent man)”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실은 코미 국장이 트럼프와의 발언을 상세한 메모로 남긴 것을 FBI 내 고위 간부들과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NYT는 해당 메모 내용을 코미의 측근들로부터 확인해 보도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코미 메모’가 2쪽 분량이며 트럼프와 코미 간 상세한 대화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코미 전 국장은 그(수사중단 압박) 대화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면담 직후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CNN은 코미가 수사중단 요청을 받고 너무 충격을 받아 문서화했다며 이후 트럼프와 모든 전화통화, 면담 직후 메모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의 수사 중단 압박은 플린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해임된 다음날이라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미 국장과 1대1로 만났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 회의 참석자들을 집무실에서 나가라고 한 뒤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미 국장은 수사 종결 요구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플린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사진=AP연합

▶트럼프 정부 사활걸려…탄핵여론 비등=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정부의 사활과도 연관된 중대한 사안으로 비화될 수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러시아-트럼프 캠프 간 유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캠프의 핵심인사였던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코미의 메모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유착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근거)’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나서 수사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코미 국장은 말을 듣지 않았고, 심지어 미 의회에서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공표하면서 양측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끝내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CNN은 “메모는 트럼프의 잠재적인 (러시아 내통의혹) 수사 개입과 관련한 가장 명확한 신호”라고 전했다. BBC는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며 “코미의 해임이후 트럼프의 FBI 수사중단 요청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워싱턴에 충격파를 안겨줬다”고 전했다.

탄핵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이날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발표한 여론조사(5월12∼14일ㆍ692명)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48%에 달했다. 반대 응답은 41%로 사실상 국민의 절반이 탄핵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제프리 토빈 CNN 평론가는 “1974년 닉슨 전 대통령의 탄핵도 그가 FBI에 대선 관련 수사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고 그게 워터게이트였다”며 “만일 메모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면 그건 정의의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與공화당도 “워터게이트급”=미 정계는 패닉에 빠졌다. 하원은 트럼프와 코미 간 대화를 담은 모든 문서를 24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공화당의 제이슨 차페츠 하원 정부개혁위 위원장은 이날 FBI에 서한을 보내 자료를 요청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만일 코미 메모가 존재한다면 최대한 빨리 들여다봐야한다”며 “소환장을 쓸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정권을 둘러싼 스캔들이 ‘워터게이트급’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제공화당연구소 만찬에서 “이런 영화를 전에 본 적 있다. 워터게이트 규모에 도달하고 있다. 미국에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NYT 보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 나라가 전례없는 방식으로 시험받고 있다.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은 긴급 성명을 내고 관련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플린이 미국에 봉사한 훌륭한 인물이라고 반복적으로 표현했지만, 코미 국장이나 다른 누구에게 어떠한 수사도 끝내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며 “(NYT 보도는) 대통령과 코미 간 대화에 대해 진실하거나 정확한 묘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사법기관과 모든 수사를 깊이 존중한다”고 말했다.

플린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러시아 스캔들’로 정국에 암운을 드리운 인물이다. 3성 장군 출신인 그는 트럼프 캠프 안보 참모를 거쳐 국가안보보좌관에 올랐으며, 트럼프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말 주미 러시아 대사와 여러 차례 접촉하며 제재해제 문제를 논의했고, 상부에 거짓 보고까지 한 점이 드러나 취임 23일 만에 경질됐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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