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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표정 엇갈린 해단식…한국ㆍ국민 ‘심각’ 바른 ‘격려’ 정의 ‘눈물’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약 한달 간 짧고 굵은 선거를 준비한 5개 정당의 선거대책위원회는 10일 일제히 간판을 내렸다.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네 당은 선거에 패함과 동시에 모두 야당이 됐지만 해단식을 하는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당선권을 노렸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시종일관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2위로 24%를 득표한 한국당 선대위 구성원들은 “고생했다”, “수고했다”고 서로 악수를 나누면서도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대본부장으로서 실무를 챙긴 이철우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 직을 내려놨다. 그는 “이번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게 나왔다. 더 나왔으리라 생각했다”며 “우리가 아주 실망해서 무너지는 정당은 안 됐다는 것에서 안도를 가진다”고 위안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한국당의 해단식은 ‘폭풍전야’와 같았다. 홍준표 전 후보가 당헌 104조 ‘당무 우선권’을 활용해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의원 13명을 입당시키고 친박(친박근혜) 핵심에 대한 징계 해제를 지시한 것을 두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당 내부에서도 (홍 전 후보의 결정에) 이견이 많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며 “당무 우선권이 모든 과정과 당헌ㆍ당규 절차를 무시하는 초당헌적 규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조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한국당이 다시 친박과 비박(비박근혜)의 알력 다툼으로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3위로 내려앉은 국민의당의 분위기는 더욱 어두웠다. 이날 해단식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박지원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했다. 박 의원의 갑작스런 제안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는 최고위원도 있었지만 결국 11일 국민의당 지도부는 총사퇴하기로 결의했다.

한때 안철수 전 후보가 문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역전까지 했던 기대감 때문인지 ‘책임론’ 역풍도 강하게 부는 분위기다. 이상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안 전) 후보 본인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안 전 후보의 차기 대권 도전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국민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시작하고 다음주 원내대표 선거를 여는 한편, 민주당과 통합 및 연대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다.

한편 바른정당은 아쉬움 속에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했다. 각종 여론조사보다 나은 득표율(6.8%)를 얻고 20~30대라는 새로운 지지층을 발견한 ‘절반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해단식이지만 새로운 출발이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그 길로 가기 위한 새로운 첫 걸음을 내는 순간”이라며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 가진 초심 그대로 신념과 용기를 갖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같이 해달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도 “개혁 보수의 길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우리나라 보수가 발전할 수 있다”며 “동지 여러분 어려운 길을 함께 가자”고 촉구했다.

약 20분의 짧은 해단식은 격려와 위로의 박수로 마무리됐지만,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국회의원ㆍ원외위원장 연찬회에서 당의 미래를 고민하는 더욱 진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추가 인력 유출을 막고 창당 이후 최초로 열리는 전당대회를 계파 간 다툼이나 잡음 없이 치러내는 것이 바른정당의 우선 과제다.

정의당은 ’눈물의 해단식‘을 치렀다. TV 토론을 통한 선전과 후원 폭주를 바탕으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대했지만 6.2%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른바 ’촛불 대선‘이 진보정당의 성장할 기회였으나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한 사표 방지 심리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심상정 대표는 인삿말에서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결과가 아쉬울 것이다. 나도 아쉽다”라며 “그러나 이번 대선에 임하며 목표했던 가장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바로 정의당의 자신감”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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