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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의 ‘팬덤’, 洪의 ‘독설’, 安의 ‘중도’…집권해도 ‘양날의 칼’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양날의 칼’이다. 지지층의 결집과 유지에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지만, 확장을 통한 압도적인 우세를 만드는데는 부작용과 역효과도 드러냈다. 제 19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팬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독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중도(주의)’가 그렇다. 9일 오후 8시에 막을 내리는 투표에서 누가 당선되든 극복해야 될 과제로 꼽힌다. 


문 후보는 국내 현역 정치인 중 보기 드물게 대중 스타 이상의 열광적인 지지층을 가졌다. 세대ㆍ지역별 범위와 지지의 강도에서 국내 정치인 중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문 후보만의 강점이다. 정치노선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인간적 매력’에 대한 선호가 강력하다는 점도 문 후보의 지지층이 타 후보의 지지층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이들은 대선 정국이 본격화된 내내 문 후보에 대한 자발적인 ‘방어선’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서 황교안 대통령 국무총리 권한대행,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론조사 2위가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문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유지한 데는 이들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온라인 여론전 뿐만 아니라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국 유세전에서도 문 후보의 ‘팬덤’은 그대로 드러났다. ‘달님’(문 후보의 성과 발음이 같은 영어단어를 차용), ‘이니’(문 후보 이름의 끝자를 이용) 등의 애칭을 붙여가며 온라인에서는 문 후보의 인간적 매력을 알리는 홍보를 자발적으로 펼쳤다. 문 후보의 네거티브를 방어해 낸 것도 이들이었다. 하지만 일부 지지층은 타 후보에 대해 지나친 적의를 보이거나 SNSㆍ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는 등의 폐단도 드러냈다. 정책ㆍ노선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인성’ 혹은 인간적 매력에 대한 선호로 대체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일부에서 보이는 극단적인 편가르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홍 후보는 ‘독설’을 넘나드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데 상당히 성공했다. 그러나 “솔직하고 친근하다”는 평의 한편에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홍 후보의 언어는 쉽고 친근하지만 노골적이고 도발적이다. ‘피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정치적 전략도 그대로 드러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곧잘 비견된다. 자신을 반대하거나 자신이 반대하는 진영에 대해서는 “친북좌파” “강성귀족노조” 등이라고 공격하는 한편으로 감정적인 표현이나 속어에 가까운 단어 사용도 서슴지 않는다. 여성에 대해 “설거지”나 하는 존재로 묘사하거나 본인의 장인을 향해 ‘영감○○’이라고 한 발언 등이 특히 선거운동 초반과 막판 홍 후보를 향한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에 대해서도 모 방송사의 임직원을 향해 “목을 자른다”거나 “XX”라는 등의 비난을 했다. 홍 후보는 강하지만 쉬운 언어와 명쾌하고 단순한 구도로 지지층엔 확신을 주고, 상대방과의 차이는 명확히 한다. 하지만 집권한다면 ‘국민통합’이 당면 과제인 차기 대통령으로서는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언행이다.

안 후보는 ‘중도’를 표방한 입장이 대선정국 내내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불러왔다. 여론조사에서는 한때 문 후보와의 박빙의 경쟁으로 ‘확장력’을 극대화한 반면에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진보-보수층의 결집현상이 나타나며 고전했다. 특히 ‘중도의 딜레마’는 안 후보의 지지자 상당수가 다른 대선 주자들로부터 이탈한 ‘유동 지지층’이었다는 분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안 후보측의 다른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열광적인 지지층이 일종의 ‘최후 방어선’ 역할을 한 문 후보와는 달랐다. 안 후보측이 선거 막판에는 홍 후보와 문 후보를 모두 견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기존의 양당체제, 좌우 대립을 넘는 ‘중도’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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