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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는 버렸지만…중성(中性) 아기들 데려와 키운 조산사
-케냐 조산사 자이납, 중성 아기 2명 몰래 키워
-부모들, 저주라 인식…“죽여 달라”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부모가 버린 중성(中性) 아기들을 데려와 자신의 아이로 키운 조산사의 사연이 외신에 소개됐다.

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케냐 서부 농촌에서 조산사로 일하던 자이납(Zainab)은 지난 2012년 남성과 여성의 기관을 모두 갖고 태어난 중성 아기를 받았다.

수십 명의 아이를 받았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진=123RF

힘든 출생이었지만 자이납이 해결하지 못한 일은 없었다. 탯줄이 아기의 머리에 꼬여 있는 것을 본 그는 빠른 판단으로 나무 숟가락을 이용해 탯줄을 풀었다.

아기의 기도를 확보하고 씻기고 탯줄을 자른 후 자이납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봤다.

“아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인하려고 봤을 때 두 가지 성별이 모두 있었다. 아기는 남성과 여성의 기관을 모두 갖고 있었다”고 자이납은 말했다.

그는 아기 엄마에게 아기를 건넸고, 아기의 성별이 불분명한 것을 안 엄마는 기절했다.

나중에 도착한 아기의 아빠는 이 사실을 알고 “우리는 이 아기를 집에 데려갈 수 없다. 아기를 죽여달라”고 자이납에게 말했다.

자이납은 “아기는 신의 창조물이고 죽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지만 아빠는 완강했다.

결국 자이납은 “아기를 두고 가라”고 하고 아기를 몰래 데려가서 키웠다.

1년 후 아기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 부모는 자이납에게 찾아와 “우리 아이인 걸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자이납은 동의하고 자신의 아이로 키웠다.

이는 매우 대단하고 위험한 선택이었다.

자이납이 속한 사회에서 중성 아기는 나쁜 징조로 인식됐고, 가족과 이웃에게 저주를 가져온다는 미신이 있었다. 중성 아기를 입양함으로써 자이납은 전통적인 믿음에 도전하고 불행의 원인으로 비난 받는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그런데 2년 후 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 중성 아기를 또 한 번 받게 된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의사들은 케냐인의 중성 비율이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구의 1.7%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아기의 경우에는 부모가 죽여달라고 부탁한 것은 아니다. 엄마 혼자만 있었고 엄마가 아기를 남겨둔 채 도망쳐버렸다“고 자이납은 전했다.

자이납은 이 아기도 집으로 데려와 자식으로 키웠다.

그러나 어부였던 그의 남편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을 나가서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으면 아이들을 탓했다.

“남편은 아이들이 우리에게 저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넘겨주면 호수에 빠뜨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거절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폭력적으로 변했고 우리는 매일 싸우기 시작했다”고 자이납은 말했다.

남편의 폭력이 우려됐던 자이납은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어려운 선택이었다. 남편과 함께 경제적으로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고 아이들과 손주들까지 함께 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협과 싸움으로 가득한 환경에서는 살 수 없었다. 나는 도망가야 했다”고 자이납은 설명했다.

지금은 케냐에서 병원 출산이 가정 출산보다 많아지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산사가 아이를 받는 전통적인 출산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중성 아기가 태어났을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조산사 단체 ‘10명의 사랑하는 자매들(Ten Beloved Sisters)’의 대표 셀린 오키키는 “과거에 조산사들은 중성 아기들을 죽였다”며 “중성 아기가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저주라고 여겨졌고 사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조산사가 중성 아기를 죽이고 엄마에게 아기가 사산됐다고 말해주길 바랐다“고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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