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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 친딸 살인ㆍ암매장 사건 어머니에 징역 10년 확정
-아동학대 지시하고, 암매장 주도한 집주인은 ‘20년‘
-친딸 살해한 어머니, ‘의존성 인격장애’ 고려해 감형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해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린 ‘고성 친딸 살해 암매장 사건’의 주범들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자신의 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사망하게 한 어머니는 징역 10년형이, 사채를 암매장 한 집주인은 20년형이 각각 선고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신)는 살인, 사채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을 저지른 이모(46) 씨에게 징역 20년을, 사체유기, 아동복지법위반, 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박모(43) 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고성군 합동점검팀이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를 통해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 아이들의 소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알려졌다.

비극은 박 씨가 2009년 1월 딸 둘과 함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이 씨의 아파트에 살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대학동창의 소개로 이 씨를 알게 된 박 씨는 휴대전화 대리점 사업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이 씨에게 9억원 가량을 빌려줬다. 어머니 집을 담보로 마련한 7억4000만원, 전세보증금 8500만원, 자신의 명의로 받은 신용대출 6200만원 등이다. 당시 남편과 불화로 집을 나온 박 씨는 자연스럽게 이 씨 집에 거주하게 된다.

박씨는 이씨 가족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별도의 급여 없이 직원으로 일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지만 이 씨를 철저하게 믿었다. 이 씨는 자신이 안수기도를 통해 병을 낫게 해주는 능력을 가졌고 수시로 하나님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주변에서도 이 씨의 가족 등 주변에서도 이 씨가 실제 그런 능력을 가진 것으로 믿는 것처럼 행동했다. 박 씨도 이런 영향으로 어느 순간 이 씨에게 대단한 영적능력이 있다고 믿게 됐고, 그녀를 경외하며 지시에 순응하게 됐다.

함께 생활하던 2010년과 2011년 이 씨는 당시 7살과 4살이던 아이들이 가구를 훼손한다는 등의 이유로 수시로 폭행했다. 직접 때린 후에도 박 씨에게 제대로 교육시키라고 질책했고, 매질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박 씨는 이 씨가 가구훼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아이들을 회초리, 실로폰 채 등으로 때렸다. 이 씨는 매질이 약하기 때문에 잘못이 반복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매질의 강도는 높아졌고, 횟수도 주 1~3회 가량으로 많아졌다. 한번 때릴 때 허벅지 등을 많게는 100회까지 매질해 피멍이 들게 했다.

매질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이 씨는 주방 쪽 베란다에 아이들을 가두라고 지시해 박 씨는 이를 실행했고, 식사를 하루 한 끼만 제공하라고 해 보름간 하루 한 끼만 식시를 제공하기도 햇다.

당시 아이는 폭행으로 온 몸에 멍이 든 상태였고, 하루에 한 끼의 식사만 제공받아 체중이 감소하고 건강이 악화돼 있던 상태에서 약 5~7시간 동안 의자에 묶여 가혹하게 폭행당하자 외상성 쇼크 상태에 빠져 점차 기력과 의식을 잃어가며 생명이 위험한 상태가 되었다.

이 씨는 이를 인식하고도 119 신고 등을 할 경우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방치해 같은 날 오후 외상성 쇼크로 사망하게 했다.

이들은 아이가 사망한 것을 발견하자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집 밖으로 옮기기로 모의하고, 결국 광주시 야산에 매장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박 씨의 아이를 ‘희대의 악녀’로 규정해 상습적으로 때리고, 베란다에 가두는 등 학대행위를 저질렀으며,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나아가 사체를 암매장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씨는 범행을 숨기려고 진술 맞추기를 시도하는 등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점을 고려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자신의 딸을 죽게 한 어머니인 박 씨는 이 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의존성 인격장애’ 등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박 씨가 이 씨의 말만 듣고 별다른 죄책감 없이 친딸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만 박 씨가 우울증과 의존성 인격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전 남편의 외도와 학대적 폭력적 태도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던 중 피고인 이경옥에게 자신의 대부분의 삶을 맡겨버리고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0년형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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