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SBS는 8시 뉴스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발언을 인용해 해수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기 위해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했으며, 이것으로 차기 정권과 거래를 시도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해당 내용 방송 후 더불어민주당 측을 포함 각계각층에서 반발이 고조됐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공보단장은 ”세월호 인양이 문 후보 측과 관련돼 있는 것처럼 보도한 SBS의 무책임한 태도에 강력히 항의하며 해양수산부 일부 공무원의 공작적 선거 개입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며 “해당 보도에 등장한 해수부 공무원의 신분을 밝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 지연의 핵심은 박근혜 정권이다. 그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며 “이것을 해수부의 부처 이기주의, 조직 확대 시도와 엮으면서 마치 문 후보가 관련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 SBS가 명확하게 해명 보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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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목포신항에서 추모객들이 세월호로 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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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8시뉴스 캡처] |
세월호 유족 변호사 출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은 “해당 기사는 내용만 봐도 정말 말이 안 된다”며 “어떻게 3년 전부터 이번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것을 에상하고 문 후보를 위해 인양을 지연해왔다는 것인지, 그것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 이랬다는 것인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그는 “해수부 공무원이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3년 전부터 이런 일을 추진하겠느냐”면서 “최근 굉장히 악의적이고 옳지 않은 기사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이번 SBS 보도가 최고다”라고 말했다.
해수부도 해명자료를 내고 “기술적 문제로 인양이 늦춰지긴 했지만 차기 정권과의 거래 등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인양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SBS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3일 새벽 3시35분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 관련 보도 해명’이라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냈다.
SBS는 3일 모닝와이드에서 “해당 기사는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부처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것”이라며 “원래 취지는 정치권 상황에 따라 바뀌어온 의혹이 있는 해수부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도 내용에서 충실히 의도를 담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보도 관련 논란은 지난 2일 밤 국민의당이 해당 보도를 문제삼으면서 확대됐다.
국민의당은 “선거에 맞춰 세월호 인양 연기를 거래한 문재인 후보, 세월호 영령들에게 고맙다고 적은 의미가 이것이었나”는 논평을 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밤 11시 반박 논평을 내고 SBS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측은 박대출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 명의로 3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최순실 사태 때 남창 고영태를 의인이라고 추켜세웠던 것을 잊었는가?”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의인 공무원의 신변 보호에 지체 없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논란에 대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3일 “세월호 인양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며 지연한 것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SBS 보도로 인해 세월호 인양 지연의 책임이 문재인 후보에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들이 있다”며 “심지어 적폐의 핵심 세력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까지 문재인 후보를 공격한다”며 개탄했다.
유 위원장은 “분명히 이야기한다”며 “세월호 인양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며 지연한 것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은 박근혜 일당”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후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 앞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기막힌 현실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 박주민, 손혜민 의원은 3일 오후 12시 SBS를 항의 방문해 보도에 나온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 사태와 관련해 SBS언론노조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노동조합이 해당 기사의 취재 경위와 교정 이력 등을 확인한 결과 게이트키핑 과정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음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부터 부서 배치에 관계벗이 진상 규명과 조속한 선체 인양을 위해 취재의 끈을 놓지 않고 가장 앞장서 노력해 온 언론노조 SBS본부의 조합원”이라며 “2일 문제의 기사 역시 박근혜 정권 내내 시간을 끌던 해수부가 탄핵 국면이 전개되면서 갑자기 인양 작업에 속도를 내는 등 정치권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발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하지만 초고 때 담겼던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문장이 데스킹 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됐다”며 “제목도 ‘인양 고의 지연 의혹’..다음달 본격조사’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확인 결과 해당 취재원은 해수부 소속은 맞으나 세월호 인양 일정수립에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 신뢰도에 대한 다른 기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고 이었다.
노조는 “첫 단추를 잘못 꿰고나니 모든 게 엉망이 됐다”며 “문재인 후보 측과 해수부 사이에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으나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음성 녹취 말고는 어떤 근거도 기사에 제시되지 않았으며, 문 후보 측 반론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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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8시뉴스 캡처] |
또 “취재와 기사작성, 교정, 방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균형이 무너지면서 본래의 발제 의도와 상관없이 왜곡된 문제적 기사가 태어나고 만 것”이라고 전했다.
8시 뉴스 앵커인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4일 밤 8시 뉴스에서 ‘세월호 가족, 문재인 후보, 시청자들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과 방송을 했다.
김 앵커는 “해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다는 의혹과 탄핵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해수부가 인양에 대한 태도를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꿨다는 의혹을 짚으로 했다”며 “그러나 이 보도는 복잡한 사실관계를 명료하게 분리해 설명하지 못함으로써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기사에 대해 제기됐던 대표적 지적은 해수부가 문재인 후보 눈치를 보려고 그동안 세월호 인양을 늦췄다는 거냐는 것이었다”며 “저희 보도 취지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기사가 추후 논란이 되자 삭제된 것과 관련해 ”기사가 게이트키핑에 대한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어서 사실과 다른 의혹과 파문 확산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라며 “제가 보도 책임자로서 직접 내린 결정이었다. 그 결정에 어떠한 외부의 압력도 없었음을 밝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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