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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퀴에 탄 아이들, 위험천만②]킥보드 천국된 지하주차장 ‘아찔’
- 매끈한 바닥에 킥보드ㆍ인라인 모여
- 위험천만 영상찍어 유투브 공유 확산
- 부모들 제지않고 부추기기도



[헤럴드경제=원호연ㆍ이현정ㆍ박로명 기자]어린이들이 킥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 자전거 등 각종 탈 것이 확산되면서 사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아이들이 아파트 내 지하주차장에서 타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도로보다 주차장에서 사고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조민근(34)씨는 며칠 전 장을 보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큰 사고를 낼 뻔 했다. 차가 후진하려는 방향으로 킥보드를 탄 아이가 갑자기 뛰어든 것. 후방감지기의 경보 소리를 듣고 급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는 면했지만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조씨는 “평소에 지하 주차장에서 킥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 등을 타는 아이들을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이렇게 위험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킥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등 어린이들이 타고 놀 것이 많아지면서 안전 문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주차장 등에서 킥보드를 타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기도 하면서 사고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 [사진=유투브 캡처]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던 이모(7) 군은 “지하주차장에는 내리막길이 있어서 속력도 나서 신나고 아스팔트처럼 울퉁불퉁하지 않아 더 재미있게 탈 수 있다”며 지하 주차장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사고가 나면 위험하지 않겠냐”는 질문엔 “항상 차들이 움직이는지 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답했다.

서울 신촌의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청소를 하는 한 여성 청소관리인은 “유치원생들이 킥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지하주차장과 지상주차장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게 눈에 띈다”며 “주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 마친 오후시간에 자주 보인다”고 전했다.

액션캠이 보급되면서 자신이 주차장에서 킥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빠른 속력으로 타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경우도 많다. 유투브 홈페이지에는 ‘지하 주차장 탐험’, ‘킥보드 타고 지하주차장 가기’ 등 제목의 동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실제로 진입로에서 차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근처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타다가 차와 부딪힐 뻔 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헀다. 이중에는 조회수가 1만회 이상 되는 것들도 있어 어린이들 사이에서 이같은 영상이 유행을 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킥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등 어린이들이 타고 놀 것이 많아지면서 안전 문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주차장 등에서 킥보드를 타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기도 하면서 사고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 [사진=유투브 캡처]

심지어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킥보드 타는 것을 연습했다”며 버젓이 지하 주차장에서 자녀가 킥보드 타는 것을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주차장에서 아빠는 자전거를, 딸은 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찍어 올린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주차장에서 탈 것을 타는 것이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일반 도로와 다르게 주차장의 경우 주차된 차량도 많고 차량 사이에서 나오는 사람도 많아서 공개된 곳보다 장애물이 많다”며 “차량의 사각지대가 서로 중첩되면서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언제 어느 순간에 서로 충돌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킥보드 등이 걷는 것 보다 속도도 높은데다 어린 아이들이 차량을 인지하고 멈추려고 해도 정지 거리가 길기 때문에 충격량이 높아 부상이나 사망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지하 주차장에서 탈 것을 타는 어린이나 이를 방치한 부모에게 책임이 더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운전자는 일반 도로에서보다 더 큰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으로 보행자를 충격했을 경우 주변 차량을 살피지 않은 보행자에게도 10~20%의 과실비율이 산정되고 이는 킥보드 등을 타는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며 “일반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고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사고가 날 경우 도로 폭이나 사고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행자에게 그보다 더 높은 과실 비율이 책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주차장에서의 사고가 운전자에게 더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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