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되면서 1%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농축산물 수급 불안 등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요인이 하반기에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1일(현지시간) 미국의 생산량 증가와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하락 마감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49센트(1%) 떨어진 배럴당 48.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2월 54.45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로 40달러대로 주저앉는 추세다.
이는 국내 물가 상승압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올 1분기(1∼3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작년 동기보다 1.2% 포인트 올랐다. 물가상승률 기여도를 살펴보면 석유류 가격의 기여도는 1.0%포인트 높아졌고, 농축수산물가격 기여도는 0.3%포인트였다.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여파로 달걀 및 닭고기 가격이 치솟은 영향을 받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는 “앞으로 유가 상승세가 멈추고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도 높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국내물가 상승률은 하반기로 갈수록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 등 고용유발효과가 크지 않은 제품이 수출 증대를 이끌고 있어 내수경기 파급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둔화로 고용유발효과가 큰 건설투자의 활력이 낮아지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나 북한 리스크(위험)에 따른 불안요인 등으로 소비심리도 크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17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지만 근원물가가 여전히 1%대 중반에 정체돼 앞으로 물가 상승세가 다시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KDI도 올해 유가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오르고 농축산물 가격도 급등해 물가상승률이 2% 안팎의 수치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1%대 초반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작년 하반기 이후 1%대 중반에서 더 오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KDI는 유가 상승 등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 상승세가 재차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당장은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근원물가가 움직이지 않고 있어 유가와 농축산물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연말부터 다시 낮아져 1% 중반이나 그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