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된 전략? 준비 안된 돌발행동?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트럼포비아’(trumphobiaㆍ트럼프 공포증)는 현실화될 것인가.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행을 깨뜨리며 이전에 없던 전혀 다른 미국 대통령상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지구상의 사실상 유일한 ‘수퍼파워’인 미국 대통령의 파격적인 언행은 한반도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진=게티이미지] |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비용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언급하자 한국 전체가 몸살을 앓았던 것은 일례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 “내가 그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그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김정은에 대해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장악했다며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대북 선제타격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면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던 것과 전혀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당근과 채찍’을 주며, 냉온탕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대북정책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당장 오는 9일 대선 이후에 대북정책을 수립하게 될 새로운 한국 정부의 입지 축소도 불가피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강대국의 힘을 적극 활용하면서 약소국의 입장을 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코리아 패싱’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정작 당사자인 한국을 소홀히 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일본을 중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인용했든, 오해했든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해 한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경솔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35억달러를 보유한 억만장자이자 성공한 사업가 출신으로 민감한 외교관계마저 비즈니스 시각으로 접근하는 트럼프의 외교술에 대해서는 전략적이라는 평가와 즉흥적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우선 상대에게 자신을 의도적으로 예측불가능하게 만들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미치광이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상대에게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 위기감을 높인 다음 실리를 챙기는 방식을 공개한 바 있다.
반면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한반도와 동북아지역 참모진도 제대로 꾸려지지 않아 제대로 된 조언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돌출행동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주한미국대사는 마크 리퍼트 전 대사 퇴임 이후 장기공백 상태고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악수제안을 무시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할 때는 아랫사람 대하듯 손을 쥐고 흔드는 등 잦은 외교결례 논란을 일으키는 모습도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간 무려 488번, 1일 평균 4.9번꼴로 거짓말 또는 오도 발언을 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새로 출범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쉽지 않은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