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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오 서울 민사경 보건의약수사팀장 인터뷰] 범죄조직보다 더 교묘하게…“불법 의약품 꼼짝 마”
-가짜 약품유통 등 ‘민생 울리는’ 범죄조직 격파
-“걸리면 잡는다”…20일 넘는 잠복수사는 기본
-“강자에겐 강하게, 약자에겐 약하게” 모토 삼아
-최근 식약처와 업무협약…“시너지 효과 창출”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같은 범죄라면 더 큰 조직부터. 같은 수법이면 더 악질 조직부터.’

2일 박경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보건의약수사팀장은 시청 남산1별관에서 “지난 3년 민사경 근무생활 간 수백차례 되새긴 신조”라며 이렇게 말했다. 민생(民生)을 보살펴야 하는 업무이니 말그대로 시민에게 보다 치명적인 기업형ㆍ지능형 조직부터 ‘박살’낸다는 다짐이다.

박 팀장은 지난 1990년 서울시 보건전문직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검찰청 파견을 거쳐 현재 민사경에 발을 딛은 수사계의 베테랑이다. 그의 지휘에 따라 보건의약수사팀도 ‘역대급’ 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박 팀장은 “14명 인력이 일당백 업무를 소화한다”며 눈코 뜰 새 없는 팀의 일상을 소개했다.

박경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보건의약수사팀장이 무허가 영업장 내 불법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범죄자도 놀랄 만큼 독하게…” =‘1000만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팀의 목표는 이 같이 간결하다. 막연할 수 있는 범위다. 그래서 팀은 수사에 앞서 시민들의 가계부를 살펴본다. 박 팀장은 “민생 범죄는 시민들의 약점을 파고든다”며 “가계부만 살펴봐도 범죄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작년 팀의 기획수사 주제는 ▷탈모 ▷당뇨 ▷비만이다. 모두 ‘민생 울리는’ 대표 질병이자 증상이다. 팀은 생계형 개인 범죄자보다 기업형ㆍ지능형 범죄 조직을 먼저 물색한다. 이들은 대개 번지르르한 건물에 뿌리를 내린 뒤 치료를 미끼로 피해자를 유인한다.

요즘 조직들은 더 악질이라고 박 팀장은 말한다. 이제는 감정에 호소한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예전에는 판매에만 집중했다. 최근에는 (피해자와)관계 형성에 힘을 쏟는다”며 “몇개월간 안부를 묻고 노인 대상으로는 몇 차례 국내 관광도 시켜준다”고 했다. ‘친구, 아들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때야 불법 제품을 수백만원에 쥐어준다고 했다.

팀도 교묘하게 접근한다. 유통망을 찾기 위한 기약없는 잠복은 기본이다. 영화같은 추격전이 펼쳐지면 목숨을 내놓은듯 돌진한다. 언론ㆍ수사기관 협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조직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찍으면 잡는다…집요한 밀착수사=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12년 동안 불법 다이어트 한약을 3만여명에게 팔아 65억원을 챙긴 조직이 작년 12월 붙잡힐 때였다.

총 책임자 A 씨는 가짜 한약국을 차려 한약을 유통했다. 본거지는 철저히 은폐했다. A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 매번 빙빙 돌며 출퇴근을 했다. 수십분 거리를 몇시간을 돌아가기도 했다. 잠복 수사망을 피해기 위해서다.

그러나 팀의 손아귀는 벗어나지 못했다. 20일 넘게 14명 팀원이 쪽잠만 자며 달라붙은 결과였다. 박 팀장은 “알고보니 A 씨는 수사망을 피하려고 지하 단칸방에 월세 20만원을 내며 살고 있었다”며 “제 아무리 독해도 우리 팀에 찍히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박경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보건의약수사팀장이 피의자의 자택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

▶알고보면 가장 눈물 많은 팀=팀은 생계형 범죄자도 심심찮게 처벌한다. 피도 눈물도 없을 팀 같지만 이들을 대할 때면 수사하는 팀도, 조사받는 피의자도 눈물바다를 이룰 때가 많다고 했다.

생계형 범죄자란 폭리 추구보다도 하루 연명을 위해 비교적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를 말한다. 동네 미용실 내 불법시술 등이 포함된다. 박 팀장은 “조직에 연루되지 않은 이들 대부분은 당초 사회적 약자일 때가 많다”며 “가난, 소외, 가정폭력 등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꼴”이라고 말했다.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 한참을 함께 울어도 처벌은 철저하다. 하지만 죗값을 치른 후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물색한다. 행여나 누군가 이러한 굴레를 탈출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팀은 그 날 하루 쾌재를 부른다.

▶보다 완전하게…식약처와 맞손=민사경은 지난달 19일 식품의약안전처와 ‘식품ㆍ보건분야 위해사범 척결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앞으로 민생에 밀접한 식품, 의약품 등의 제조ㆍ유통ㆍ판매 불법행위 척결을 위해 인력과 자원을 공동 활용한다.

박 팀장은 “상대적으로 (수사 과정에서)식약처에는 인력, 서울시에는 정보가 부족했다”며 “서로의 한계를 극복하며 보다 완전한 수사를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의 모토는 국내 1위 전문 수사팀”이라며 “1000만 시민을 위한 서울의 파수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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